살생부 / 이영광 살생부 / 이영광 영 아닌 인간들은 수첩에서, 요즘 같으면 휴대폰 전화번호부에서 아예 이름을 지워버린다는 글을 읽으면, 냉장고에서 술을 꺼낸다 모두들, 살생부 하나쯤은 가지고 사는 걸까 상상도 상징도 뭣도 아니고 그냥 존재 자체를 그어버린다는, 그 칼질 가운데 내 이름은..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4.12.12
진동하는 사람 / 이병률 진동하는 사람 / 이병률 가끔 당신으로부터 사라지는 상상을 하는 나는 불편한 사람 불난 계절을 막 진압하고도 폭발을 멈추지 않는 사람 강의 좌안과 우안에 발을 걸치고 서서 그래도 계속해서 앞으로 가야 할 이유를 더듬는 사람 시간의 주름들 둘러쓰고도 비를 맞으면 독이 생..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4.11.18
가을밤 / 조용미 가을밤 /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연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들러 싸..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4.11.07
명랑 백서 / 김상미 명랑 백서 / 김상미 아주 가끔은 우울하고 대부분은 명랑해요 사람들은 내가 명랑한 걸 좋아하지 않아요 명랑은 우울보다 격조가 더 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나는 명랑한 게 좋아요 명랑하고 싶어요 무엇에든 광적으로 집착하는 체질이 못 되거든요 광적인 집착은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4.10.16
간헐적 그리움 / 이은규 간헐적 그리움 / 이은규 가을의 다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하루 한 끼니와 같이 하루 한 번 당신을 그리워하기로 한다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떨어질까 지난 기억과 이번 가을 사이 ... 마땅할 당, 몸 신 마땅히 내 몸과 같은 당신이라 부르지 않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4.09.29
가을 엽서 / 안도현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4.09.19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 박이화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 박이화 꽃 지고 나면 그 후는 그늘이 꽃이다 마이크도 없이 핏대 세워 열창했던 봄날도 가고 그 앵콜 없는 봄날 따라 꽃 지고 나면 저 나무의 18번은 이제 그늘이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한 시절 목청 터져라 불러재꼈던 흘러간 노래처..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4.08.06
아직 / 김선우 아직 / 김선우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꽃 피지 않는 봄이 올 것이다 시인의 부음이 그 전에 당도할 것이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아직 잠들지 않았다고 슬프지 않다고 습관이 되지 않았다고 아직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4.03.13
폭설 / 박이화 폭설 / 박이화 밤새 보태고 또 보내어 쓰고도 아직 못다한 말들은 폭설처럼 그칠 줄 모릅니다 우리, 그리움에 첩첩이 막혀 더 갈데 없는 곳까지 가볼까요? 슬픔에 푹푹 빠져 헤매다 함께 눈사태로 묻혀 버릴까요? 나 참 바보 같은 여자지요? 눈오는 먼 나라 그 닿을 수 없는 주..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3.12.27
불가능한 것들 / 이병률 불가능한 것들 / 이병률 모든 열쇠의 방향은 오른쪽 열리지 않으면 반대쪽 우리가 인생을 조금 더 받아먹어야 한다면 불가능한 것을 믿자 우리는 인생이 하나가 아니라고 믿는다 마음의 마음이여 내가 나로 망하는 것 모두로 인해서가 아닌 오로지 나 하나로 침몰하..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