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간헐적 그리움 / 이은규

다연바람숲 2014. 9. 29. 12:23

 

간헐적 그리움 / 이은규

 

 

가을의 다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하루 한 끼니와 같이

하루 한 번 당신을 그리워하기로 한다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떨어질까

지난 기억과 이번 가을 사이

...

마땅할 당, 몸 신

마땅히 내 몸과 같은 당신이라 부르지 않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당신이 당신이라면

사이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겹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

 

도착 대신 연착되는 안부일 때

이번 가을과 다음 기억 사이

그럼에도 아직 이미

하루 한 끼니에 익숙해진다면

나뭇잎에 숨겨놓은 다짐을 들추지 않기로 한다

 

몸 속 세포가 바뀌듯이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돋아날까

계절이 오고 가는 사이

열두 겹 기억의 도착을 예감해 보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한 줄기 햇빛시침이 우리를 향하는 시간

 

다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가을의

 

 

 

* 김남주, <지는 잎새 쌓이거든>.

 

-『문학사상』, 2013년 9월호

 

* 시인 소개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6년 국제신문,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는『다정한 호칭』(문학동네, 201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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