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그리움 / 이은규
가을의 다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하루 한 끼니와 같이
하루 한 번 당신을 그리워하기로 한다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떨어질까
지난 기억과 이번 가을 사이
...
마땅할 당, 몸 신
마땅히 내 몸과 같은 당신이라 부르지 않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당신이 당신이라면
사이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겹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
도착 대신 연착되는 안부일 때
이번 가을과 다음 기억 사이
그럼에도 아직 이미
하루 한 끼니에 익숙해진다면
나뭇잎에 숨겨놓은 다짐을 들추지 않기로 한다
몸 속 세포가 바뀌듯이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돋아날까
계절이 오고 가는 사이
열두 겹 기억의 도착을 예감해 보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한 줄기 햇빛시침이 우리를 향하는 시간
다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가을의
* 김남주, <지는 잎새 쌓이거든>.
-『문학사상』, 2013년 9월호
* 시인 소개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6년 국제신문,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는『다정한 호칭』(문학동네, 201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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