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 박이화
꽃 지고 나면
그 후는 그늘이 꽃이다
마이크도 없이 핏대 세워 열창했던
봄날도 가고
그 앵콜 없는 봄날 따라
꽃 지고 나면
저 나무의 18번은 이제 그늘이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한 시절 목청 터져라 불러재꼈던
흘러간 노래처럼
꽃 지고 난 그 후 술 취한 듯
바람 등진 채 비틀거리며
휘청거리며 부르는 저 뜨거운 나무의 절창
그래서 저 그늘 한평생
나무를 떠나지 못하는 거다
그늘만큼 꼭 그 젖은 얼룩만큼
나무는 푸르른 거다
설령 사랑도 꽃도
한 점 그늘 없이 피었다
그늘 없이 진다 해도
누군가 들었다 떠난 퀭한 자리마다
핑그르 눈물처럼 차오르는 그늘
꽃지고 난 그후는 모든 그늘이 꽃이다
마스카라 시커멓게 번진 검은 눈물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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