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불가능한 것들 / 이병률

다연바람숲 2013. 11. 10. 18:56

 

불가능한 것들 / 이병률

  

 

모든 열쇠의 방향은 오른쪽

열리지 않으면 반대쪽

 

우리가 인생을 조금 더 받아먹어야 한다면

불가능한 것을 믿자

우리는 인생이 하나가 아니라고 믿는다

 

마음의 마음이여

내가 나로 망하는 것

모두로 인해서가 아닌 오로지 나 하나로 침몰하는 것

그리하여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것도 아닌 중간인 것

왔던 길 말고 돌아서 왔던 길에다 삽을 부러뜨려 놓는 것

 

그리하여 불가능한 것들을 읽고 쓴다

두 개의 다른 열쇠로 하나의 문이 열릴 것이지만

그 문 하나로

무엇을 무엇에게 넘겨줄 것이며

누가 누구에게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모든 열쇠는 주사위 위에 올려져 있다

모든 예약은 불가능하다

맞추어야 할 뼈가 맞지 않는 것

그것에 대해 한번 더 불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니 마음의 마음이여

모든 세계는 열리는 쪽

그러나 모든 열쇠의 할 일은 입을 막는 쪽

 

모든 세계는 당신을 생각하는 쪽

모든 열쇠의 쓰임은 당신 허망한 손에 쥐여지는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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