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가을 / 유안진

다연바람숲 2013. 8. 22. 20:11

 

   가을 /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 냄새보다는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넉이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 묻고 싶은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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