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다음블로그 묘묘님 작품
맨발의 여관 / 이병률
별에게 감히 말을 건 것을 용서해다오
색깔을 잘못 사용한 죄를 씻어 가다오
이 가을 하늘 지붕에다
오늘따라 몸부림치는 구름에다 빠뜨려
나를 심판해다오
바람의 가시를, 혁명의 마디를 뽑아다오
아침마다 황금빛으로 울먹였던 서리들을 분류해다오
이토록 불능하고 불가능하여 남루한 것을 모른척 해다오
내가 먹을 밥이며 내가 발설한 배반의 혼란까지도
이 다리를 건널 수 없게
마지막으로 붉은 열매를 먹을 수 없게 힘을 가져가 다오
허공에 던졌으나 모두 붙어 떨어진
공깃돌을 흩어다오
서서히 작아지면서
서서히 덜어내게 해다오
부디 다시 태어나게 하거나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다오
소매를 체온을 손금들을 끊어다오
이 몸속 깔깔한 먼지들을 서둘러 빼내어 가다오
간신히 이해하면서 잊게 해다오
모두 베어다오
나와 당신이
죽도록 가까웠던 기적들을 마침내 거둬 가다오
이병률 시집 <눈사람 여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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