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어느 일요일 / 최정례 우주의 어느 일요일 / 최정례 하늘에서 그렇게 많은 별빛이 달려오는데 왜 이렇게 밤은 캄캄한가 에드거 앨런 포는 이런 말도 했다 그것은 아직 별빛이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주의 어느 일요일 한 시인이 아직 쓰지 못한 말을 품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의 말을 품고 있는데 그..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9.01.21
봄의 미안 / 이은규 봄의 미안 / 이은규 누가 봄을 열었을까, 열어줬을까 허공에서 새어나온 분홍 한 점이 떨고 있다 바다 밑 안부가 들려오지 않는데, 않고 있는데 덮어놓은 책처럼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말을 반복했다 미안 잘못을 저지른 내 마음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 이제 그 말..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8.05.27
꽃 아닌 것들이 / 이사라 꽃 아닌 것들이 / 이사라 바람이 사람처럼 슬프게 분다 꽃이 피고 진다 꽃이 피듯 사람이 꽃이 지듯 사람이 꽃 아닌 것들이 피고 진다 그렇게 움직일 때마다 흔적을 남긴다 소리로 냄새로 지문으로 그것도 모자라서 꿈으로 그래 살아있는 동안이 꽃이야 사람이야 그런데 오늘은 꽃..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8.04.11
슬픔은 헝겊이다 / 문정희 슬픔은 헝겊이다 / 문정희 슬픔은 헝겊이다 둘둘 감고 산다 날줄 씨줄 촘촘한 피륙 옷을 지어 입으면 부끄러운 누추를 가릴 수 있을까 살아있는 것들 파득거리는 싱싱한 헝겊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왜 우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아픔의 바늘로 새긴 무늬에서 별들이 쏟아질 때도 있다 별처..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8.03.07
봄길 / 정호승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8.02.26
카프카의 편지 / 신용목 카프카의 편지 / 신용목 나의 밤을 네가 가져갔던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처럼 환한 상점 불빛에 담겨 있던 저녁을 잊고 불 꺼진 상점 유리에 비쳤던 새벽을 잊고 달에 박혀 있던 비석들 떨어져 소용돌이치는 알코올 속으로 가라앉는다 거짓말처럼 모두 거짓말 그리고 하얀 고래가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8.01.25
몸살 / 이병률 몸살 / 이병률 한번 녹으면 영원히 얼지 못하는 얼음처럼 한번 아픈 것이 영원히 낫지 않는다 낫지 않으니 축척이다 독을 내몰고 새 독을 품으려니 갱신이다 이 몸이 불길을 지킬 것이니 몸아, 몸을 귀찮게 마라 피와 식사에 애틋하게 관여하고 영혼의 물을 흘리며 우리는 조금 더 늙겠지..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8.01.17
이별의 원심력 / 이병률 이별의 원심력 / 이병률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당신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거짓이 세상을 덮어버릴까 두려워서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파먹다가 안쓰럽게 부스러기가 되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에서 당신도 압축된 거짓을 사..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7.12.11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7.12.06
사랑할 때와 죽을 때 / 황학주 사랑할 때와 죽을 때 / 황학주 나는 겨울을 춥게 배우지 못하고 겨울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했지만 누가 있다 방금 자리를 뜨자마자 누가 있다 깍지 속에서 풀려나와 눈보라 들판 속으로 들어가는 사랑이란 매번 고드름이 달리려는 순간이나 녹으려는 순간을 훔치던 마음이었다 또..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