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 박이화

다연바람숲 2014. 8. 6. 15:45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 박이화

 

꽃 지고 나면

그 후는 그늘이 꽃이다

 

마이크도 없이 핏대 세워 열창했던

봄날도 가고

그 앵콜 없는 봄날 따라

꽃 지고 나면

저 나무의 18번은 이제 그늘이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한 시절 목청 터져라 불러재꼈던

흘러간 노래처럼

 

꽃 지고 난 그 후 술 취한 듯

바람 등진 채 비틀거리며

휘청거리며 부르는 저 뜨거운 나무의 절창

 

그래서 저 그늘 한평생

나무를 떠나지 못하는 거다

그늘만큼 꼭 그 젖은 얼룩만큼

나무는 푸르른 거다

 

설령 사랑도 꽃도

한 점 그늘 없이 피었다

그늘 없이 진다 해도

누군가 들었다 떠난 퀭한 자리마다

핑그르 눈물처럼 차오르는 그늘

 

꽃지고 난 그후는 모든 그늘이 꽃이다

마스카라 시커멓게 번진 검은 눈물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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