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것처럼 / 허수경 꿈꾸는 것처럼 / 허수경 너의 마음 곁에 나의 마음이 눕는다 만일 병가를 낼 수 있다면 인생이 아무려나 병가를 낼 수 있으려고……, 그러나 바퀴마저 그러나 너에게 나를 그러나 어리숙함이여 햇살은 술이었는가 대마잎을 말아 피던 기억이 왠지 봄햇살 속엔 있어 내 마음 곁에 누운 너..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3.02.16
동백나무는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 송재학 동백나무는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 송재학 백련사 동백숲 근처는 인가가 보이지 않는다 이월이면 사람의 병이 옮겨 가는 동백나무에는 매듭이 없다 그 나무의 여성성은 잘려진 분지를 둥글게 감싼다 어떤 흉터라도 희고 부드러운 껍질로 감싸 버리는 동백의 잎은 범종의 공명으로 두터..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3.02.06
그래서 / 김소연 그래서 / 김소연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궁..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3.01.31
스미다 / 이병률 스미다 / 이병률 새벽이 되어 지도를 들추다가 울진이라는 지명에 울컥하여 차를 몬다 울진에 도착하니 밥냄새와 나란히 해가 뜨고 나무가 울창하여 울진이 됐다는 어부의 말에 참 이름도 잘 지었구나 싶어 또 울컥 해변 식당에서 아침밥 시켜 먹으며 찌개냄비에서 생선뼈를 건져내다 또..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3.01.21
단 두 줄 / 천양희 단 두 줄 / 천양희 전쟁중에 군인인 남편을 따라 사막에서 살던 딸이 모래바람과 사십 도가 넘는 뜨거운 사막을 견디다 못해 아버지한테 편지를 썼다 죽을 것 같으니 이혼을 해서라도 집으로 돌아가겠다 이런 곳보다는 차라리 감옥이 낫겠다는 편지였다 딸의 편지를 받아 본 아버지의 답..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3.01.09
후조(候鳥) / 김남조 후조(候鳥) / 김남조 당신을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로운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 철 삶의 백 가지 간난을 견딘다 해도 못내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2.12.30
네 영혼의 중앙역 / 박정대 네 영혼의 중앙역 / 박정대 키냐르, 키냐르…… 부르지 않아도 은밀한 생은 온다 * 음악처럼, 문지방처럼, 저녁처럼 네 젖가슴을 흔들고 목덜미를 스치며 네 손금의 장강 삼협을 지나 네 영혼의 울타리를 넘어, 침묵의 가장자리 그 딱딱한 빛깔의 시간을 지나 욕망의 가장 선연한 레일 위..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2.12.14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 사랑을 놓치다 -청산옥에서 5 윤제림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2.11.24
단풍잎들 / 송재학 단풍잎들 / 송재학 다른 꽃들 모두 지고 난 뒤 피는 꽃이야 너도꽃이야 꽃인 듯 아닌 듯 너도꽃이야 네 혓바닥은 그늘 담을 궤짝도 없고 시렁도 아니야 낮달의 손뼉 소리 무시로 들락거렸지만 이젠 서러운 꽃인 게야 바람에 대어보던 푸른 뺨, 바람 재어놓던 온몸 멍들고 파이며 꽃인 거야..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2.10.23
깊이 기피 / 강연호 깊이 기피 / 강연호 갈 봄 없이 계절 바뀐다 봄이 언제였더라, 요즘엔 계절만 바뀐다 짐작건대 올 가을도 깊지 않으리 무슨 예언처럼 땀이 맺힌다 이래도 되나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세상이 된 지 이미 오래라지만 계절조차 깊이 없이 텀벙텀벙 건너간다는 것 그저 무작정 춥거나 뜨거..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