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 / 이병률 절연 / 이병률 어딘가를 향하는 내 눈을 믿지 마오 흘기는 눈이더라도 마음 아파 마오 나는 앞을 보지 못하므로 뒤를 볼 수도 없으니 당신도 전생엔 그러하였으므로 내 눈은 폭포만 보나니 믿고 의지하는 것이 소리이긴 하나 손끝으로 글자를 알기는 하나 점이어서 비참하다는 것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2.01.28
나의 플럭서스 / 박정대 나의 플럭서스 / 박정대 달력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서른한 개의 날들, 가끔은 서른 더 가끔은 스물아홉 스물여덟 나의 한 달은 게으른 침대에서의 영원, 나의 한 계절은 침대에 누워 꿈꾸는 한 세상 창문 밖으로 세상의 바람이 불었다. 구름들은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나는 그 구..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2.01.19
년년세세 / 김경미 년년세세 / 김경미 그해에는 바람 만드는 법을 배웠으되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었다 다음 해에는 내 삶의 전략이 나뿐임을 알아채고 모두가 떠났다 가령 내 키가 작은 건 비애가 늘 머리를 눌러서였을텐데 그게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는 바다에 나갔다가 배 귀퉁이에 그어진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2.01.07
다 버리고 가라 / 김재진 다 버리고 가라 / 김재진 설령 당신이 백송이 수선화를 선물 받는다 해도 그 누구도 진실로 사랑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가질 수 있는 것, 누릴 수 있는 것, 이룰 수 있는 많은 것들 쌓여 있다 해도 어느 것도 당신이 포기하지 못해 괴롭다면 무슨 소용인가. 뜻대로 되는 것과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1.12.31
장석주의 詩와 詩人을 찾아서 - 김소연 〈고통을 발명하다〉 장석주의 詩와 詩人을 찾아서 - 김소연 〈고통을 발명하다〉중심에서 미끄러진 여성의 삶을 노래하다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나잇값만큼 깊어지는 여자의 우울과 우울을 모독하고 싶은 악의 때문에 창문 꼭꼭 닫아둔 여자의 베란다에선 여린 식물들부터 차례대로 말라 죽기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1.12.09
나는 좌절하는 것들이 좋다 / 김경미 나는 좌절하는 것들이 좋다 / 김경미 함박눈 못 된 진눈깨비와 목련꽃 못 된 밥풀꽃과 오지 않는 전화와 깨진 적금, 나를 지나쳐 다른 주소로 가는 그대 편지 나는 좌절하는 자세가 좋다 바닥에 이마를 대고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뿌리의 세계를 들여다본 것들 마치 하늘에 엎드려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1.11.17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 이제니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 이제니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오늘부터 나는 반성하지 않을 테다. 오늘부터 나는 반성을 반성하지 않을 테다. 그러나 너의 수첩은 얇아질 대로 얇아진 채로 스프링만 튀어오를 태세. 나는 그래요. 쓰지 않고는 반성..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1.11.13
내 마음의 지도 / 김경미 내 마음의 지도 / 김경미 천천히 심장 속을 들여다보니요 끊어질 듯 이어지는 단풍길과 거기, 리아스식 해안과 아픈 톱니들 사이 다도해 어둠들 제풀에 섬이 되어 주먹밥 크기들로 놓여 있는 눈물도 보여요 너무나 오래 헛되고 외로웠으며 어찌 다스릴 수 없었던 몇채의 무너짐,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1.10.28
이 가을의 무늬 / 허수경 이 가을의 무늬 / 허수경 아마도 그 병 안에 우는 사람이 들어 있었는지 우는 얼굴을 안아주던 손이 붉은 저녁을 따른다 지난여름을 촘촘히 짜내렸던 빛은 이제 여름의 무늬를 풀어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가을의 무늬가 정해질 때까지 빛은 오래 고민스러웠다 그때면, 내가 너를 생각하는 순간 나는 너..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1.10.20
회귀 / 김경미 회귀 / 김경미 -비망록 누가 또 어디쯤서 나를 저버리나 보다 마음 속 햇빛 많은 나뭇잎들 폭설처럼 떨어져 내리더니 수박향내 애틋하던 저녁 산책길이 돌변했다 이번엔 남의 집 대문앞이 아니다 누드화 같은 이 바다로 바다로 누가 또 날 버리나 보다 잡을 것 오직 은박지 같은 물뿐이다 소리치는 것..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