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다 버리고 가라 / 김재진

다연바람숲 2011. 12. 31. 16:15

 

 

 

 

 


다 버리고 가라 / 김재진

 



설령 당신이
백송이 수선화를 선물 받는다 해도
그 누구도 진실로 사랑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가질 수 있는 것, 누릴 수 있는 것,
이룰 수 있는 많은 것들 쌓여 있다 해도
어느 것도 당신이 포기하지 못해 괴롭다면 무슨 소용인가.
뜻대로 되는 것과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사랑해야 할 것들과 사랑해서는 안 될 것들 사이에 끼어
당신의 마음이
한치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어질 때
채울 수 없을 뿐 당신의 삶은 텅 비어 있다.
설령 당신의 하루가
당신을 필요로 하기보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에 의해 가득 찬다 해도
누구에게도 당신의 따뜻한 마음 낼 수 없다면
그 무슨 소용인가.
어느 날 당신이 가까운 이로부터 상처 나거나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어 괴로워질 때
모든 것을 버리고 가라.
전쟁같이 하루가 힘겹고 외로울 때
다 버리고 한 번쯤 자신으로 돌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