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년세세 / 김경미
그해에는
바람 만드는 법을 배웠으되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었다
다음 해에는
내 삶의 전략이 나뿐임을 알아채고
모두가 떠났다
가령 내 키가 작은 건
비애가 늘 머리를 눌러서였을텐데
그게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는 바다에 나갔다가 배 귀퉁이에 그어진
세 줄의 <만재흘수선滿載吃水線>을 알게 됐다
- 여기서부터가 침몰입니다, 라는 경고선이다
세 번째까지는 살려준다는 건가
그러나 침몰의 선을 타인이 그어줄 수는 없다
년년세세
혹여 당신들의 비웃음은 참아도
고독이 비웃는다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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