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절연 / 이병률

다연바람숲 2012. 1. 28. 19:52

 

 

 

 

절연 / 이병률
  
 
어딘가를 향하는 내 눈을 믿지 마오
흘기는 눈이더라도 마음 아파 마오
나는 앞을 보지 못하므로 뒤를 볼 수도 없으니
당신도 전생엔 그러하였으므로
내 눈은 폭포만 보나니


믿고 의지하는 것이 소리이긴 하나
손끝으로 글자를 알기는 하나
점이어서 비참하다는 것
묶지 않은 채로 꿰맨 것이 마음이려니
잘못 얼어 밉게 녹는 것이 마음이리니
 

눈 감아도 보이고 눈을 감지 않아도 보이는 것은
한 번 보았기 때문
심장에 담았기 때문
눈에 서리가 내려도 시리지 않으며
송곳으로 찔러도 보이지 않는 것은
볼 걸 다 보아 눈을 어디다 묻었다는 것


지독히 전생을 사랑한 이들이
다음 생에 앞을 못 본다 믿으니
그렇게라도 영혼을 씻어야 다음 생은 괜찮아진다 믿나니
 

많이 오해함으로써 아름다우니


딱하다 안타깝다 마오
한 식경쯤이라도 눈을 뜨고 봐야 삶은 그저 진할 뿐
그저 나는 나대로 살 터 당신은 당신대로 잘 살기를
내 눈이 허락하는 반경 내에서 연緣은 단지 그뿐

 

 

'창너머 풍경 > 열정 - 끌리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농담 / 천양희  (0) 2012.02.19
뼈아픈 후회* / 박정대  (0) 2012.02.03
나의 플럭서스 / 박정대  (0) 2012.01.19
년년세세 / 김경미  (0) 2012.01.07
다 버리고 가라 / 김재진  (0) 201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