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년년세세 / 김경미

다연바람숲 2012. 1. 7. 19:23

 

 

 

년년세세 / 김경미

 

 

그해에는

바람 만드는 법을 배웠으되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었다

 

 

다음 해에는

내 삶의 전략이 나뿐임을 알아채고

모두가 떠났다

 

 

가령 내 키가 작은 건

비애가 늘 머리를 눌러서였을텐데

그게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는 바다에 나갔다가 배 귀퉁이에 그어진

세 줄의 <만재흘수선滿載吃水線>을 알게 됐다

- 여기서부터가 침몰입니다, 라는 경고선이다

 

 

세 번째까지는 살려준다는 건가

그러나 침몰의 선을 타인이 그어줄 수는 없다

년년세세

 

 

혹여 당신들의 비웃음은 참아도

고독이 비웃는다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