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 / 도종환 내소사 / 도종환 내소사 다녀왔으므로 내소사 안다고 해도 될까 전나무 숲길 오래 걸었으므로 삼층석탑 전신 속속들이 보았으므로 백의관음보살좌상 눈부처로 있었으므로 단청 지운 맨얼굴을 사랑하였으므로 내소사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어도 될까 깊고 긴 숲 지나 요사채 안쪽..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7.01.25
시. 시조집-자갈의 노래 / 김병래 지음 <시조> 자갈의 노래 / 김병래 누구는 도시로 가서 높다란 빌딩 되고 더러는 수석이라 장식품도 된다지만 나는야, 내가 태어난 냇바닥이 좋아라 낮에는 햇빛 받고 밤에는 별빛 달빛 철 따라 눈비 오고 꽃향기와 새소리... 나는야, 이름이 없는 자갈이라서 좋아라 개구리 소리 /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7.01.21
사랑 / 이병률 사랑 / 이병률 나는 가진 것보다 가지지않은 것을 버립니다 나는 몸에 붙어 살찐 것보다 살찔 것들을 씻습니다 나는 걸레로 닦은 것보다 걸레에 묻어날 먼지들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귀로 소리를 소화시키기보다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유인합니다 붙들리는 것을 금하였으므로 길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7.01.07
다녀오다 / 김경미 다녀오다 / 김경미 다녀오면 언제나 잘 이어지질 않는다 더 잘 잇거나 최소한 같아야 하는데 똑같은 곳인데 잘 이어지질 않는다 나이와 잠과 돈과 인내와 교제와 끊길 수 있는 건 다 끊긴 듯 다녀오면 다리가 뻐근하도록 잠이 안오고 종일 사과꽃 지는 소리만 들리고 있던 게 두렵..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6.11.11
늦가을의 산책 / 헤르만 헷세 늦가을의 산책 / 헤르만 헷세 가을비가 회색 숲에 흩뿌리고, 아침 바람에 골짜기는 추워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툭툭 떨어져 입을 벌리고 촉촉히 젖어 갈색을 띄고 웃는다.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와 바람은 찢어져 나간 나뭇잎을 뒹굴게 하고 가지마다 흔들어 댄다 열매는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6.09.27
나의 다른 이름들 / 조용미 나의 다른 이름들 / 조용미 페르난두 페소아는 알베르투 카에이로이자 리카르두 레이스이고, 알바루 데 캄푸스이다 그의 이름은 수십 개, 이들은 이명동인이지만 또한 이명이인이고자 한다 나는 어디까지 나일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나임을 증명할 수 있으며 어느 순간 나의 다..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6.08.24
팔월 / 이병률 팔월 / 이병률 햇살은 그런대로 칠월의 사고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날개 없는 새가 그리 날아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동안 칠월은 가난했습니다 더군다나 한 번도 무언가에 쓸려갈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생은 도처에 나를 너무 낳았습니다 어쩌면 나를 버릴 때도 올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6.07.22
모진 년 / 강미정 모진 년 / 강미정 고년 참 독하기도 하지 벽에 실금 간다고 옆집과 대판 싸운 뒤 꽃이 막 피고 있을 때 베어진 대추나무 그루터기에서부터 아스팔트길까지 울룩불룩 땅이 솟아 있다 얼마나 지독하게 꽃피우고 싶었으면 얼마나 뜨겁게 제 몸속으로 꽃을 쓸어안았으면 저렇게 단단..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6.06.30
기억의 자리 / 나희덕 기억의 자리 /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6.06.10
좋은 시절 / 장석주 좋은 시절 / 장석주 튀긴 두부 두 모를 기쁨으로 삼던 추분이나 북어 한 쾌를 끓이던 상강(霜降)의 때, 아니면 구운 고등어 한 손에 찬밥을 먹던 중양절(重陽節) 늦은 저녁이었겠지. 당신과 나는 문 앞에서 먼 곳을 돌아온 끝을 바라본다. 물이 흐르는데 물은 제 흐름을 미처 알지 못하고,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