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나의 다른 이름들 / 조용미

다연바람숲 2016. 8. 24. 17:15

 

나의 다른 이름들 / 조용미

 

 

페르난두 페소아는 알베르투 카에이로이자 리카르두 레이스이고, 알바루 데 캄푸스이다

그의 이름은 수십 개, 이들은 이명동인이지만 또한 이명이인이고자 한다

 

나는 어디까지 나일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나임을 증명할 수 있으며 어느 순간 나의 다른 얼굴을 드러내어서는 안 되는가

나는 내가 아닐 수 있는 가능성으로 똘똘 뭉친 이 진실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한순간 전의 내가 한순간 후의 내가 아님을 부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내가 내가 아님을 완벽하게 실현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독한 일

 

나의 삶을 살다가 또 다른 나의 삶으로 돌아오는 것은 치밀한 환상이 필요한 일

내가 죽기 전에 다른 나의 죽음을 목도해야 하는 일은 정교한 시간 배치가 필요한 일

 

나는 왜 시종일관 오로지 나 자신이어야만 하나

오늘도 내 속에 적절히 숨어서 내가 아닐 가능성을 엄밀하게 엿본다

 

진정 나는 그였으며 그는 다른 나였을까

나는 내가 아닐 수 있는 가능성으로 똘똘 뭉친 이 진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

'창너머 풍경 > 열정 - 끌리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녀오다 / 김경미  (0) 2016.11.11
늦가을의 산책 / 헤르만 헷세  (0) 2016.09.27
팔월 / 이병률  (0) 2016.07.22
모진 년 / 강미정  (0) 2016.06.30
기억의 자리 / 나희덕  (0) 201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