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131

하나의 계절이 죽었을 뿐 / 무라카미 하루키

하나의 계절이 문을 열고 사라지고 또 다른 계절이 또 하나의 문으로 들어온다. 사람들은 황급히 문을 열고 이봐, 잠깐 기다려, 할 얘기가 있는데 깜빡 잊었어. 하고 소리친다.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다, 문을 닫는다. 방안에는 벌써 또 하나의 다른 계절이 와 의자에 앉아서 성냥을 켜고 담배..

보라... 신비를 녹인, 사랑에 미쳐보지 않은 이는 볼 수 없는 / 이병률

새로 출시된 냉장고를 어떻게 팔아야 하는가 . K가 요즘 고심하는 문제이다 . 냉장고도 그냥 냉장고가 아니라 보라색 냉장고다 . K는 광고 시안 마감일을 앞두고 책상 위에 보라색과 관련된 단어들을 적어놓았다 . 아는 걸 다 적어놓았지만 흡족하지 않은 그는 사무실을 빠져나와 밤길을 걷기로 한다 . ..

분홍...베이면 안 될 것 같은 너, 그래서 꽃이 되었니? / 이병률

--> 애초 분홍은 잘못 태어난 색이다. 색이 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공기가 되려는 것을 한사코 잡아놓은 것이다. 색이 되려고 했는데 빛을 너무 많이 쬐었다. 되다 말려고 했는데 바람이 닥치는 바람에 굳어버렸다. 색깔의 사생아. 그래서 지루한 세상은 조금 나아졌던가. 안 좋은 기분이 나아졌는..

[스크랩] 기다림, 사랑의 다른 이름 / 진은영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나는 기다린다. 이 느낌을 당신에게 전할 한 줄의 문장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며 나는 롤랑 바르트의 글들을 생각한다. 기다림은 하나의 주문(呪文)이다. 나는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화를 기다린다는 것은 하찮은, 무한히 고백하기조차도 어려운 금지사항들로 짜여 있..

기다려도 오지 않는 기다림도 있다는 걸

막상 너를 기다리던 그때는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너한테만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은 주는 것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것보다는 사랑받고 싶은 쪽에 속하고 싶은 속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