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계절이 죽었을 뿐 / 무라카미 하루키 하나의 계절이 문을 열고 사라지고 또 다른 계절이 또 하나의 문으로 들어온다. 사람들은 황급히 문을 열고 이봐, 잠깐 기다려, 할 얘기가 있는데 깜빡 잊었어. 하고 소리친다.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다, 문을 닫는다. 방안에는 벌써 또 하나의 다른 계절이 와 의자에 앉아서 성냥을 켜고 담배.. 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2010.11.17
사랑의 진검 / 도종환 진검 ․ 1 김 남 조 진검을 지닌 이 진 검 그것 외엔 가진 거 없는 이는 좀체 칼을 뽑지 않는다 한 남자와 한 여자도 사랑한다는 마음의 진검을 평생 동안 아껴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날에 서로 알고 있었다 시집『귀중한 오늘』(시학, 2007) * 진검을 지닌 이는 좀체 칼을 뽑지 않는다” 맞는 말입니.. 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2010.11.14
心不可欺니 戒之戒之하라. 紫虛元君誠諭心文에 曰 福生於淸儉하고 德生於卑退하고 道生於安靜하고 命生於和暢하고 憂生於多慾하며 禍生於多貪하고 過生於輕慢하고 罪生於不仁이니 戒眼莫看他非하고 戒口莫談他短하고 戒心莫自貪嗔하고 戒身莫隨惡伴하고 無益之言을 莫妄說하고 不干己事를 莫妄爲하고 尊君王孝父母며 敬.. 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2010.11.11
보라... 신비를 녹인, 사랑에 미쳐보지 않은 이는 볼 수 없는 / 이병률 새로 출시된 냉장고를 어떻게 팔아야 하는가 . K가 요즘 고심하는 문제이다 . 냉장고도 그냥 냉장고가 아니라 보라색 냉장고다 . K는 광고 시안 마감일을 앞두고 책상 위에 보라색과 관련된 단어들을 적어놓았다 . 아는 걸 다 적어놓았지만 흡족하지 않은 그는 사무실을 빠져나와 밤길을 걷기로 한다 . .. 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2010.11.08
분홍...베이면 안 될 것 같은 너, 그래서 꽃이 되었니? / 이병률 --> 애초 분홍은 잘못 태어난 색이다. 색이 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공기가 되려는 것을 한사코 잡아놓은 것이다. 색이 되려고 했는데 빛을 너무 많이 쬐었다. 되다 말려고 했는데 바람이 닥치는 바람에 굳어버렸다. 색깔의 사생아. 그래서 지루한 세상은 조금 나아졌던가. 안 좋은 기분이 나아졌는.. 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2010.11.07
모래 폭풍의 의미 / 무라카미 하루키 어떤 경우에는 운명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진로를 바꿔가는 국지적인 모래 폭풍과 비슷하지. 너는 그 폭풍을 피하려고 도망치는 방향을 바꾼다. 그러면 폭풍도 네 도주로에 맞추듯 방향을 바꾸지. 너는 다시 또 모래 폭풍을 피하려고 네 도주로의 방향을 바꾸어버린다. 그러면 폭풍도 다시 네가 .. 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2010.11.03
그림 속의 여자 / 진은영 요리를 잘하는 여자들은 슬픈 날엔 달콤한 요리를 준비한다지? 요리엔 소질이 없으니 나는 아름다운 시를 준비해야겠다. 우리가 발산한 빛들은 어떤 존재에 부딪혀 구부러지고 부서져 돌아온다. 그 부서진 빛 속에 서 우리는 불완전한 그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우리가 그 존재를 사랑하든 혐오하든 .. 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2010.10.28
[스크랩] 기다림, 사랑의 다른 이름 / 진은영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나는 기다린다. 이 느낌을 당신에게 전할 한 줄의 문장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며 나는 롤랑 바르트의 글들을 생각한다. 기다림은 하나의 주문(呪文)이다. 나는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화를 기다린다는 것은 하찮은, 무한히 고백하기조차도 어려운 금지사항들로 짜여 있.. 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2010.10.20
기다려도 오지 않는 기다림도 있다는 걸 막상 너를 기다리던 그때는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너한테만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은 주는 것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것보다는 사랑받고 싶은 쪽에 속하고 싶은 속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기다.. 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2010.10.01
기억과 추억의 차이점 기억과 추억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요? 모르죠. 알면 말하는 사람도 재미없지 않겠어요? 기억은 언제든 그 순간이 다시 올 거라는 가능성을 믿는 거고 추억은 가능성을 믿지않는거죠 추억이라는 말에는 단 한번뿐이라는 의미와 마지막이라는 뜻이 들어있는 겁니다. 조진국 <키스키스 뱅뱅> 중에서 .. 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2010.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