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너를 기다리던 그때는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너한테만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은 주는 것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것보다는 사랑받고 싶은 쪽에 속하고 싶은 속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기다려도 오지 않는 기다림도 있다는 걸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집을 나간 고양이, 병상에서 눈 감으신 어머니,
너와의 찬란했던 한때는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는 오지 않았다.
네가 없는 현재에서 과거의 너를 기다리고, 약속도 없는 장소에서 네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마음이 떠난 너를 마음을 다해 기다려도 소용없다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안다.
한 시간이 아니라 몇 시간이라도,
기다리면 오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왜 그때는 미리 알지 못했을까.
조진국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중에서
*
실종된 가을에 대하여 미련을 놓듯이
기다려도 오지않는 것들에 대하여
이젠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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