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그림 속의 여자 / 진은영

다연바람숲 2010. 10. 28. 00:40

 

 

 

 

 

요리를 잘하는 여자들은 슬픈 날엔 달콤한 요리를 준비한다지?

요리엔 소질이 없으니 나는 아름다운 시를 준비해야겠다.

우리가 발산한 빛들은 어떤 존재에 부딪혀 구부러지고 부서져 돌아온다.

그 부서진 빛 속서 우리는 불완전한 그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우리가 그 존재를 사랑하든 혐오하든 빛이 굴절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단지 굴절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우리가 그것을 오해라고 부를 뿐.


나는 참으로 어리석었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나의 빛이 반사될 땐 항상 무지개가 뜬다고 믿었다.

'아름다운 굴절' 만을 욕망했다. 나는 한때 그것을 이해라고 불렀다.

그러나 어제 네가 반사한 빛은 나의 심장을 향해 검은 못처럼 쏟아졌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사람들이 그림 속의 여자를 사랑하는 이유를.

그녀는 우리가 발산하는 모든 빛을 조용히 흡수할 뿐이다.

우린 그녀를 한없이 바라보며 날카로운 비명과 비탄을 쏟아낸다.

그녀가 지닌 침묵의 깊은 품 안에서 우리들의 곤궁한 시간이 한참을 흘러가고

우리는 제 빛을 찾고 가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한다.

오늘은 네가 그림 속의 여자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