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羅蕙錫) - 시대를 앞서 간 여성의 몰락 가자! 파리로. 살러 가지 말고 죽으러 가자. 나를 죽인 곳은 파리다. 나를 정말 여성으로 만들어준 곳도 파리다. 나는 파리 가 죽으련다. 찾을 것도, 만날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돌아올 것도 없다. 영구히 가자. 과거와 현재 공(空)인 나는 미래로 나가자. 나혜석 ( 1896∼1948 ) 四남매 아해들아! 에미를 원.. 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2006.04.12
시간에 관한 짧은 노트 1 / 이원 시간에 관한 짧은 노트 1 / 이원 첫째날 해가 지기도 전에 별이 하나 떴다 그 옆에 새가 발자국을 콱 찍었다 둘 다 반짝거렸다 그 사이로 시간의 두 다리가 묻힌다 더 이상 별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모국어 같은 순간이 있다 둘째날 흰 초생달이 서쪽에 떴다 그 달 아래 별도 하나 떴다 버려..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4.07
<다빈치 코드>, 그 발칙한 도발을 즐기고 싶다 영화 <다빈치 코드>, 그 발칙한 도발을 즐기고 싶다 [주장] 성직자들만 신앙이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 한기총으로부터 신성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영화 <다빈치 코드>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한기총에서 예수의 신성을 모독하고 예수의 역사를 왜곡했다면서 <다빈치 코드> 상.. 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2006.03.24
소년 할락궁이, 서천꽃밭 신이 된 사연 소년 할락궁이, 서천꽃밭 신이 된 사연 어미 주검 밟고 ‘아비 찾아 삼천리’ 꽃밭이 있다. 서쪽으로 삼천리를 가다보면 저승이 있고, 저승의 한쪽에 온갖 꽃들이 만발한 꽃밭이 있다. 그래서 서천꽃밭이다. 그러나 이 꽃밭에 피는 꽃들은 제비꽃이나 할미꽃, 혹은 진달래나 개나리꽃이 아니다. 수리멜.. 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2006.03.21
採蓮哭(채련곡) / 이은규 採蓮哭(채련곡) /이은규 시방 달빛이 서천꽃밭 할락궁이*를 품고 있는 것 맞지요 그 여운에 살짝 열린 명창이 소리 한 대목 올린다네요 겁도 없이, 님은 어데로 간 곳 없고 조각배만 놀아나네** 오메나이! 귀신스럽기도 하네이, 물의 살이 조각배를 저미는 형국일 터, 어찌 소리꾼의 피가 만화방창으로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3.21
무늬들은 빈집에서 / 이진명 무늬들은 빈집에서 / 이진명 언덕에서 한 빈집을 내려다보았다 빈집에는 무언가 엷디엷은 것이 사는 듯했다 무늬들이다 사람들이 제 것인 줄 모르고 버리고 간 심심한 날들의 벗은 마음 아무 쓸모없는 줄 알고 떼어놓고 간 심심한 날들의 수없이 그린 생각 무늬들은 제 스스로 엷디엷은 몸뚱이를 얻어..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3.21
비닐하우스 / 조말선 비닐하우스 / 조말선 구겨진 콘돔이 하얗게 부풀었다 독한 가난을 피임하는 막막한 터널 얇은 막이 터지도록 땀을 쏟았다 땀방울마다 해 하나씩 갇혀 시퍼런 욕망을 속성재배하였다 근심은 뜯어낼수록 수북이 자랐다 산고가 식는 저물녘 문이 열리고 허리굽은 아버지가 태어났다 조말선시집 <매우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3.14
해피 투게더 / 안현미 해피 투게더 / 안현미 도둑처럼 사내의 입술이 사내의 입술을 훔쳐 달아날 때 달맞이꽃은 달을 붕어빵은 붕어를 불새는 불을 칼국수는 칼을 집어삼킨다 하하 해피 투게더 창녀처럼 그녀의 입술이 그녀의 젖가슴을 파고 들 때 구멍은 구멍을 편견은 편견을 폭력은 폭력을 아버지는 아버지를 버린다 하..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2.18
라라라 나는 / 진수미 라라라 나는 / 진수미 라라라 나는 용서되지 않는 얼룩 얼룩 위의 곰팡이 그대 삶을 부식하는 좀벌레 라라라 나는 지워지지 않는 그대의 오점 벤젠도 미온수도 밥풀도 소용없다네 라라라 나는 그대가 잡았다 놓친 한 마리 새 그대 얼룩의 망막 위에 비누거품처럼 떠오른다지 라라라 그대 돌이킴에 빠..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2.18
거미 / 조말선 거미 / 조말선 나는 생각한다 가랑이가 낳은 집에 대해서 유행에 둔한 건축법에 대해서 실오라기 하나로 이어온 가계에 대해서 이슬의 동그란 노크에 대해서 거꾸로 걸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거미줄에 포박된 우주에 대해서 나는 가랑이로 생각한다 나를 낳은 기둥과 기둥에 대해서 폐허에 찍은 내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