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거미 / 조말선

다연바람숲 2006. 2. 10. 16:26

 

 

 

 

거미 / 조말선  


나는 생각한다
가랑이가 낳은 집에 대해서
유행에 둔한 건축법에 대해서
실오라기 하나로 이어온 가계에 대해서
이슬의 동그란 노크에 대해서
거꾸로 걸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거미줄에 포박된 우주에 대해서
나는 가랑이로 생각한다
나를 낳은 기둥과 기둥에 대해서
폐허에 찍은 내 낙관에 대해서
외줄에 매달린 생애에 대해서
매번 마지막인 사랑에 대해서
창밖에 내걸린 사랑의 수의에 대해서
마지막을 유감없이 처리하는 내 본성에 대해서
나는 가랑이로 배설한다
족보와
사랑과
무덤과


'창너머 풍경 > 열정 - 끌리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피 투게더 / 안현미  (0) 2006.02.18
라라라 나는 / 진수미  (0) 2006.02.18
음악처럼, 비처럼 / 안현미  (0) 2006.02.10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현미  (0) 2006.02.10
엽서,엽서 / 김경미  (0) 200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