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걸음 / 김종국 제자리 걸음 김종국 죽도록 힘겨워도 몸서리치게 외로워도너를 그리워하지 않는게 더 쓸쓸한 일인데늘 니생각 하나에 살고 하룰 다 써도 모자라서다음 날도 그다음 날에도 더해가는 그리움에또하루가 흘러 또 한달이 흘러일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자꾸만 느는 거짓말같은 날이 날 반기지만천걸음을 .. 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2005.12.26
함박눈 / 김경미 함박눈 김경미 난분분, 난분분한 난봉이다! 설탕봉지 같은 애인들을 그 달착지근한 연서들을 말끔히 말소중인, 중인거다! 흰 칫솔질 비누거품처럼 펑펑 낯을 씻고 새 세상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거다! 아아 그래봤자 도둑년의 손 같은 세월 아무것도 훔치지 못한 채 더러운 누명만 쓰는게 사랑인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5
흉터 / 김경미 흉터 김경미 하루 종일 사진 필름처럼 세상 어둡고 몸 몹시 아프다 마음 아픈 것보다는 과분하지만 겨드랑이 체온계가 초콜릿처럼 녹아내리고 온 몸 혀처럼 붉어져 가는 봄비 따라 눈빛 자꾸 멀어진다 지금은 아침인가 저녁인가 나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 빈 옷처럼 겨우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본다 개..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5
나는야 세컨드 1 / 김경미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 번째, 첫 번째가..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4
Ophelia / John Everett Millais Ophelia by Sir John Everett Millais '그애는 꽃으로 만든 관을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고 기어오르다, 심술궂은 가지가 부러져 화환과 함께 흐느끼는 시냇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옷이 활짝 펴져서 잠시 인어처럼 물에 떠있는 동안 그애는 자신의 불행을 모르는 사람처럼, 아니면 본래 물속에 태어나.. 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2005.12.23
비밀 / 김상미 비밀 김상미 애인을 가슴에서 꺼내 벽에 걸어두니 참으로 조용하다. 벽에 걸린 벽의 침묵이 세속과 다른 냄새를 애인에게 발 산하여 애인은 지금 한창 침묵중이다. 침묵이란 본래 심장 가까이 두는 물건이라 맛만 들이면 세상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깊은 맛을 발산한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침..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3
오렌지 / 김상미 오렌지 김상미 시든, 시드는 오렌지를 먹는다 코끝을 찡 울리는 시든, 시드는 향기 그러나 두려워 마라 시든, 시드는 모든 것들이여 시들면서 내뿜는 마지막 사랑이여 켰던 불 끄고 가려는 안간힘이여 삶이란 언제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때에도 남아 있는 법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나는 내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3
메두사 델빌 메두사 여성의 얼굴에 머리카락이 모두 뱀인 괴물로 메두사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모든 사람을 돌로 변하게 한다. 메두사는 본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지혜의 여신이었다. 고대근동문명에서 뱀은 지혜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뱀을 머리에 두른 메두사는 신과 인간의 과거, 현재, .. 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2005.12.22
나비 / 김혜순 나비 김혜순 내 왼쪽 귀와 네 오른쪽 귀로 만든 나비 한 마리 두 날개가 파닥이면 맞잡은 전신으로 파문 진다 환한 날개 가루들로 네 꿈을 채워줄게 네 꿈속에 내 꿈을 메아리처럼 울리게 할게 귓바퀴 속 두 소용돌이가 환하게 공명한다 어쩌면 귀먹은 사람이 잠결에 들은 것 같은 그런 편지를 내 왼쪽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2
유디트 2 <Artemisia G-entileschi, 유디트와 하녀, 612-1613, 캔버스에 유화, 114×93.5cm 피렌체, Galleria Palatina > 17세기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에는 동시대의 카라바조의 <유디트>와 비교해 보면 잔인함의 농도, 주제를 소화하는 능력에서 카바라조를 단연 능가한다. 여성 화가이기 때문에 여자의 잔혹함.. 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200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