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해피 투게더 / 안현미

다연바람숲 2006. 2. 18. 16:43

 

 

 

해피 투게더 / 안현미


도둑처럼 사내의 입술이
사내의 입술을 훔쳐 달아날 때
달맞이꽃은 달을
붕어빵은 붕어를
불새는 불을
칼국수는 칼을 집어삼킨다
하하 해피 투게더

창녀처럼 그녀의 입술이
그녀의 젖가슴을 파고 들 때
구멍은 구멍을
편견은 편견을
폭력은 폭력을
아버지는 아버지를 버린다
하하 해피 투게더

해피?
투게더?

그녀와 그는 잠깐 행복하고 오래도록 함께 불행했다 그래도 그들은 그게 사랑이라고 믿는 눈치였다 그녀와 그는 도둑과 창녀 나의 엄마와 아버지 여기에 *너의 슬픔을 녹음해, 세상 끝에 묻어줄게 내 영혼의 울림통은 매일매일 들이닥치는 불행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녹음했지만 세상 끝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나의 매일매일은 언제나 세상 끝에서 시작되었으므로 나는 오래도록 불행과 함께 행복했다 하하 해피 투게더!

 

* 영화 <해피 투게더>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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