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박완서 막 대학 문턱에 들어선 초년생에게 대학은 진리와 자유의 공간이었고, 만 권의 책이었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문장이었고, 지적 갈증을 축여줄 명강의였고, 사랑과 진리 등 온갖 좋은 것들이었다. 나는 그런 것들로 나만의 아름다운 비단을 짤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러나 막 베틀에.. 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2011.07.26
용목문 서안 <판매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로 75cm 폭 30cm 높이 38cm 천판과 측판은 소나무, 앞면의 문은 용목으로된 경상이어요. 은은한 신주 장석과 용목의 화려한 문양이 작고 소박한 경상을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느끼게 해줘요. 대부분의 경우 천판아래 서랍을 두는 반면 문을 달아 .. 오래된 시간/숨결 - 가구 2011.07.25
Columbia 진공관라디오 어쩌다보니 다연엔 콜럼비아의 진공관 라디오가 많이 왔다 갔어요. 새로 온 이 라디오도 일본산 콜럼비아 진공관 라디오여요. 따뜻하고 친근한 우드의 외관이 시간의 벽을 넘게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헝겊으로 된 스피커 면이 살짝 손상된 것을 제외하면 낡은 느낌의 외관 .. 오래된 시간/올드-Vintage 2011.07.25
면면 / 이병률 면면 / 이병률 손바닥을 쓸면 소리가 약한 것이 손등으로 쓸면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삶의 이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먹을 것 같지 않은 당신 자리를 비운 사이 슬쩍 열어본 당신의 가방에서 많은 빵을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을 삶의 입체라고 생각한다 기억하지 못했던 간밤 꿈이 다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1.07.25
장마 끝나고 능소화 중앙공원 입구 가까스로 가지 하나에 잎을 틔운 고목의 죽은 가지에 꽃이 피었다 삶과 죽음이 한 몸이면서 산 것과 죽은 것의 경계 선명한, 살아서 한때는 무수한 그늘을 거느렸을 것이나 이제는 스스로 한 잎의 그늘도 짓지 못한 몸 깜깜한 가지들을 빌어 능소화, 흐드러지게 피었다 늙은 나무.. 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2011.07.21
베어트리 파크 여름 소풍 찾아간 날이 하필 가장 무더운 날이었어요. 우리 앞에 입장하신 단체손님들이 비치중인 양산을 모두 대여해 가셔서 선그라스와 두 손이 유일한 햇빛가리개였어요. 작열하는 태양 아래의 산책이었지만 초록빛 짙은 정원의 산책이어서 그래도 견딜만 했어요. 가끔은 갈래길에서 고.. 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2011.07.21
THINKING CUP에서 생각하는 잔을 들다 그날 오후에는 윈톤 켈리의 피아노가 흘렀다. 웨이트리스가 하얀 커피잔을 내 앞에 놓았다. 그 두툼하고 묵직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일 때 카탕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났다. 마치 수영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자그마한 돌멩이처럼, 그 여운은 내 귀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나는 열.. 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2011.07.21
키다리 오일 램프 <판매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높이 75cm의 아주 키가 큰 오일램프여요. 기둥이 된 나무는 대나무로 어떻게 저런 마디가 생겼을까싶게 아름다운 마디와 결을 가졌어요. 일본産으로 만들어진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요즘말로 자체발광! 엔틱 장식으로 손색이 없을거여요. .. 오래된 시간/올드-Vintage 2011.07.14
여름날의 국지성 호우처럼 그것은 예고도 없이 내리거나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 / 이재무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누군가를 내가 울고 있다면 그는 불행한 사람인가 수박 속을 수저로 파먹듯 이내 뻔히 드러나는 바닥의, 달착지근한 서로의 생을 파먹다 껍데기로 버려지는 인연의 끝은 얼마나 쓸쓸하고 처참한.. 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2011.07.14
빗물을 받아 새 식구를 들였어요. 雨期 音樂史 / 송재학 젖은 나무 앞에서는 나무의 소리. 젖은 풀을 풀이라 불러주면서 오래전부터 비는 자연에서 음악으로 이동했습니다 비는 물의 수직 악보를 충실히 옮겨줍니다 당신과 당신의 생애는 우기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사람이 제 뼈로 동굴벽화를 그릴 때쯤 비의 뼈는 음악으로 들.. 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2011.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