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빗물을 받아 새 식구를 들였어요.

다연바람숲 2011. 7. 13. 13:07

 

 

   雨期 音樂史 / 송재학

 

 

  젖은 나무 앞에서는 나무의 소리.

  젖은 풀을 풀이라 불러주면서

  오래전부터 비는 자연에서 음악으로 이동했습니다

  비는 물의 수직 악보를 충실히 옮겨줍니다

  당신과 당신의 생애는 우기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사람이 제 뼈로 동굴벽화를 그릴 때쯤 비의 뼈는 음악으로 들어왔습니다

  비는 검은 구름의 수의를 벗고 음악으로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나를 적시는 고만고만 비의 정강이 뼈들은

  내 슬하(膝下)에서 자꾸 보채고 있습니다

  내 몸 구석구석 미끌미끌한 활(滑)의 소리가 나는 건

  쇄골 높이로 동행하는 폭우를 만나는 중이기 떼문입니다

  오래전 내 몸 어딘가 고였던 빗물이기에 비린내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