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중앙공원 입구
가까스로 가지 하나에 잎을 틔운
고목의 죽은 가지에 꽃이 피었다
삶과 죽음이 한 몸이면서
산 것과 죽은 것의 경계 선명한,
살아서 한때는 무수한 그늘을 거느렸을 것이나
이제는 스스로 한 잎의 그늘도 짓지 못한 몸
깜깜한 가지들을 빌어 능소화,
흐드러지게 피었다
늙은 나무에게만 덩굴을 뻗는 꽃이 있다고 했다
소풍 나온 인파처럼 모여 앉은 공원의 노인들
사이 어디쯤 그녀가 있다고 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번
공원의 후미진 뒷골목 여인숙에서
검버섯 난 몸에 덩굴을 감아 꽃을 피워주고
꽃값을 받아 나오는 그녀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매미소리 뜨거운 한낮
능소화 넌출,
바람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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