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여름 문의 마을에 가서 - 풍경을 만지고 놀다

다연바람숲 2011. 8. 11. 01:33

 

문의 마을에 가서 / 고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의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어딜 관람하기엔 조금 늦은 시간에 찾아간 문의 문화재단지,

길 끝 문앞까지 가는 동안 되돌아갈 각오를 하고 갔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하절기 개방시간이 8시까지라서 헛걸음을 면할 수 있었어요.

 

 

문의 문화재단지 주차장을 에워싼 산 위로 저기 노을이 지시는지 구름빛이 아득해졌어요.

 

 

 

 

 

 

이 작품의 이름은 사랑이라지요. 엄마의 양 팔에 안긴 아기들... 사랑을 표현하기에 세상에 이보다 더한 것이 과연 있을까 싶기도 해요.

 

 

미술관도 하절기 관람 시간이 연장되어서 마침 전시중인 미술전을 관람할 수 있었어요. 그 중에 낯익은 글씨, 낯익은 이름이 있어 작품을 살짝 찍었지요.

충북의 젊은 서예가 무각 김종칠님의 작품이어요. 다연과 멀지않은 곳에 서예학원이 있는데 바쁘신지 요즈음은 통 뵙지를 못했어요.

 

 

저기 혼자 심각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계신 분은 모셔가고도 설렁설렁인 이 사람보다 아주 꼼꼼하게 풍경들을 챙기셨다지요.

그 꼼꼼하고 빈틈없는 눈빛으로 아마도 문의의 풍경을 가슴 속에 사진처럼 담아두셨을거에요.

그리고 그 풍경들이 곰삭을 때쯤 멋진 시로 기억의 사진을 펼쳐보여주실 거예요.

 

 

 

 

 

대청댐이 생길 당시 수몰되는 마을에 있던 가옥들을 옮겨 재건한 기와집이라지요.

그냥 물 속에 잠겼더라면 이렇게 세세하게 옛집을  떠올리는 일 쉽지않았을텐데...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어느 지역에서 발견한 고인돌이라고 팻말을 읽었는데 기억이 나지않아요.

저기 고인돌 무덤 위에 뿌리 내리고 자라는 소나무가 신기해서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봤어요.

죽음의 틈에서 자라는 새생명이라니요,  삶과 죽음이 한 몸처럼 느껴졌어요.

  

 

 

 

 

저기 달밤에 박꽃이 하얗게 피어줄까요?

초가 지붕 위의 덩굴손이 잊고지낸 아주 오래 전의 풍경들을 그림처럼 떠오르게 해요.

 

 

봄이나 가을엔 이 잔디밭에서 공연도 열릴까요?

 

 

 

 

 

 

 

 

 

다행히 어두워지기 전에 대청댐에 갔어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댐을 보려고했는데 나무 숲에 가려져 물은 안보이고 물소리만 귀가 먹먹하게 들렸어요.

댐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을까 물소리따라  찻길을 거꾸로 걸어서 덕분에 산책이란 걸 한참 했어요.

결국 돌아나오는 길에 다리에 차를 세우고 댐물을 방류 중인 댐을 제대로 바라보았지요.

쏟아지는 물, 물소리, 다리 난간 가까이만 가도 손을 뻗어 나를 홱 채가버릴 것 같은 저 꿈틀거리는 물결!

장관... 장관... 그 말 밖엔 저 풍경을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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