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8월의 소소한 풍경들 속에는

다연바람숲 2011. 8. 14. 00:19

 

어떤 날은 하루의 하늘빛이 몽땅 거짓말 같을 때가 있어요.

이른 아침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아래 빨래를 널었다가

점심 즈음엔 갑자기 몰려드는 먹구름에 세상빛이 먹먹해지다가

이젠 세상 소란스럽게 국지성호우가 내려도 별로 놀랄 것도 없이 담담하다가

시원하게 하늘빛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름만 많아 햇살이 안보이는 것도 아니고

언제 햇살! 언제 소나기! 그 모두 거짓말처럼 일어나는 일들이어서

오늘같은 날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손마다 우산의 무게가 덜어지다 보태지는 시간이 반복되는 거지요.

 

오늘은 틈만 나면 샵의 안쪽에서 자꾸 누웠지요.

가만 있어도 자꾸 볼이 발그레 열이 올랐지요.

선풍기 바람을 멀리하고도 몸은 자꾸 춥다고 움츠러 들었지요.

손님들과 말을 나누다 보면 상대방의 목소리들이 들려오다 자꾸 흩어져버렸지요.

해야할 일을 눈앞에 두고도 손끝이 떨려 자꾸 주저앉았지요.

읽던 책을 마저 읽었지만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없지요.

내 몸 아파 앓아본 적이 하 아득해서 내 몸 아픈 줄도 몰랐지요.

어제 빗길에서 급하게 놀란 가슴이 간밤내내 가라앉질 않더니 그대로 병이 된거지요.

더운 여름 날에 느끼는 추위는 또 그런대로 견딜만한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