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여름이 지나가는 날의 풍경

다연바람숲 2011. 8. 20. 00:15

 

 

여름은 참 심심했어요.

그 심심이란 것,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는 무미건조한 맛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깊고 깊단 한자어를 대입해도 또 틀리진 않을 거여요.

비가 너무 많이와서 계절을 타듯 비를 타는 날이 많았어요.

비 내리면 화사한 햇살이 그립다가도 어쩌다 햇살이 반짝하면 그새 중독된 것처럼 비냄새가 또 그리웠어요.

 

공간을 채우고 있는 짙은 나무빛깔들이 어둡고 덥게 느껴져서

빈자리가 나도 한동안 새로운 물건을 채우지 않았는데 그래도 도무지 다연의 여백은 드러나주지 않았어요.

그러다 그러다가 이제 조금씩 여유로운 공간이 보인다싶은데 벌써 입추 지나 가을이래요.

 

서서히 또 새로운 계절을 준비해야할 때가 왔나봐요.

추석 때까지 아직은 폭염이 한동안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벌써 아침과 밤의 바람이 다르게 느껴져요.

가을이 오면 어떤 변화를 들여놓을지 길고 긴 여름의 쓸데없는 심심을 덮고 착한 고민을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