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장마 끝나고

다연바람숲 2011. 7. 21. 15:29

 

능소화 

 

 

중앙공원 입구

가까스로 가지 하나에 잎을 틔운 

고목의 죽은 가지에 꽃이 피었다

삶과 죽음이 한 몸이면서

산 것과 죽은 것의 경계 선명한,

살아서 한때는 무수한 그늘을 거느렸을 것이나

이제는 스스로 한 잎의 그늘도 짓지 못한 몸

깜깜한 가지들을 빌어 능소화, 

흐드러지게 피었다

 

늙은 나무에게만 덩굴을 뻗는 꽃이 있다고 했다

소풍 나온 인파처럼 모여 앉은 공원의 노인들

사이 어디쯤 그녀가 있다고 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번

공원의 후미진 뒷골목 여인숙에서

검버섯 난 몸에 덩굴을 감아 꽃을 피워주고

꽃값을 받아 나오는 그녀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매미소리 뜨거운 한낮

능소화 넌출,

바람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