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통화 / 김경미 가을 통화 / 김경미 "아침에 일어나면 늘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 좀 덜 슬플 수 있을까 생각해요......" 오래 전 은동전 같던 어느 가을날의 전화. 너무 좋아서 전화기째 아삭아삭 가을 사과처럼 베어먹고 싶던. 그 설운 한마디. 어깨 위로 황금빛 은행잎들 돋아오르고. 그 저무는 잎들에 어깨 접혀 생이라..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09.30
꽃, 위하여 / 황학주 꽃, 위하여 / 황학주 입 다물어지지 않는 올리브 숲을 두 바다째 걸었다 하긴 어디 가서 올리브나무만 있다고 삶이 되리 널 사랑해서 어두워져 가는 세상이 건너지랴,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날아가면서 싼 새똥처럼 빗방울이 머리에 떨어질 때 잠깐 돌아서니 내 뒤가 정말 슬펐다 이제 옛날을 보여줄 수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09.26
내 마음의 지도 / 이병률 내 마음의 지도 / 이병률 1 자주 지도를 들여다 본다 모든 추억하는 길이 캄캄하고 묵직하다 많을 델 다녔으므로, 많은 걸 본 셈이다 지도를 펴놓고 얼굴을 씻고, 머릿속을 헹궈낸다 아는 사람도, 마주칠 사람도 없지만 그 길에 화산재처럼 내려쌓인다 토실토실한 산맥을 넘으며, 온몸이 젖게 강을 첨벙..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09.18
참 좋은 말 / 천양희 참 좋은 말 /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 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600 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 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09.12
뿌리와 가지 / 안오일 뿌리와 가지 / 안오일 그들의 공통점은 한 방향으로만 뻗는다는 것 그들의 차이점은 서로 다른 방향이라는 것 그들의 공통점은 서로 다른 방향이어서 서로를 키울 수 있었다는 것 그들의 차이점은 꽃과 열매를 밖으로 드러내고 안으로 품는다는 것 그들의 공통점은 둥치를 키워간다는 것 그들의 차이..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09.02
편지 / 심보선 편지 / 심보선 이곳은 오늘도 변함이 없어 태양이 치부처럼 벌겋게 뜨고 집니다 나는 여느 때처럼 넋 놓고 살고 있습니다 탕진한 청춘의 기억이 간혹 머릿속에서 텅텅 울기도 합니다만 나는 씨익. 웃을 운명을 타고났기에 씨익. 한번 웃으면 사나운 과거도 양처럼 순해지곤 합니다 요새는 많은 말들이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08.27
사랑의 끝 / 김충규 사랑의 끝 / 김충규 실연하고 돌아오는 저녁 길은 무화과 잎처럼 딱딱해져 버린 입을 다물었습니다 무수한 애원과 변명에도 당신은 기어이 내게 뒷모습을 보였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뒷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사랑이 끝이라는 증거임을 모르지 않았으므로 가시밭 지나오지 않았는데도 내 몸에는 가..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08.22
명자나무 / 장석주 명자나무 / 장 석 주 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마라! 불행 앞에서 비굴하지 말 것. 허리를 곧추세울 것. 헤프게 울지 말 것. 울음으로 타인의 동정을 구하지 말 것. 꼭 울어야만 한다면 흩날리는 진눈깨비 앞에 서 울 것. 외양간이나 마른 우물로 휘몰려가는 진..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08.19
연애의 횟수 / 김경미 연애의 횟수 / 김경미 그 나라 입국할 때는 써넣어야 된다 합니다 그러니까 밤의 횟수를 식초를 식초에 타서 마신 밤 알코올을 촛불에 태워 마신 밤 눈썹의 검은 눈물자국 베개를 지나 귀로 흘러든 밤 非常時 문을 여세요, 쓰인 비행기 비상문을 한 아이가 열 뻔했다는 밤 모르는 한자 때문에 하늘에서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08.15
진실, 반어적反語的 진실 / 유안진 진실, 반어적反語的 진실 / 유안진 꽃은 떨어지기를 순결은 더럽혀지기를 기록은 깨어지기를 문門 은 열리기를 벽壁은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 진실로 아침은 저녁을 가을은 겨울을 이 시대는 다음 시대를 이 세상은 다른 세상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거미줄을 통과한 서풍이 저녁놀 내려앉은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