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내 마음의 지도 / 이병률

다연바람숲 2010. 9. 18. 15:26

 

 

 

 

 

 

내 마음의 지도 / 이병률

 

 

1

 

자주 지도를 들여다 본다

모든 추억하는 길이 캄캄하고 묵직하다

많을 델 다녔으므로, 많은 걸 본 셈이다

지도를 펴놓고 얼굴을 씻고,

머릿속을 헹궈낸다

아는 사람도, 마주칠 사람도 없지만

그 길에 화산재처럼 내려쌓인다

토실토실한 산맥을 넘으며,

온몸이 젖게 강을 첨벙이다

고요한 숲길에 천막을 친다

지도 위에 맨발을 올려보고 나서도

차마 지도를 접지 못해 마음에 베껴두고 잔다

여러 번 짐을 쌌으므로 여러 번 돌아오지 않은 셈이다

여러 번 등을 돌렸으므로 많은 걸 버린 셈이다

그 죄로 손금 위에 얼굴을 묻고

여러 번 운 적이 있다

 

 

2

 

깊은 밤, 나는

그가 물을 틀어놓고

우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울음소리는 물에 섞이지 않았지만

그가 떠내려보낸 울음은

돌이 되어 잘살거라 믿었다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  문학동네 2005

 

 

'창너머 풍경 > 열정 - 끌리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통화 / 김경미  (0) 2010.09.30
꽃, 위하여 / 황학주  (0) 2010.09.26
참 좋은 말 / 천양희  (0) 2010.09.12
뿌리와 가지 / 안오일  (0) 2010.09.02
편지 / 심보선  (0) 201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