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비애 / 김상미 끝없는 비애 / 김상미 언제나 나는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리고 사랑과 미움에 흔들리 고 아름다움에 흔들리고 꽃에 흔들리고 오래된 바위에 흔들리고 물소리에 흔들리고 우연에 흔들리고 밥과 가족에게 흔들리고 삶 과 죽음에 흔들린다. 한 번 흔들릴 때마다 내 몸의 모든 솜털 유유히 일어서고 나는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8.06.10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 김경미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 김 경미 아무리 말을 뒤채도 소용없는 일이 삶에는 많은 것이겠지요 늦도록 잘 어울리다가 그만 쓸쓸해져 혼자 도망나옵니다. 돌아와 꽃병의 물이 줄어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꽃이 살았으니 당연한데도요.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멈춥니다. 그냥,왠지 불교적이 되어갑니..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8.06.06
밥이 쓰다 / 정끝별 밥이 쓰다 / 정끝별 파나마A형 독감에 걸려 먹는 밥이 쓰다 변해가는 애인을 생각하며 먹는 밥이 쓰고 늘어나는 빚 걱정을 하며 먹는 밥이 쓰다 밥이 쓰다 달아도 시원찮을 이 나이에 벌써 밥이 쓰다 돈을 쓰고 머리를 쓰고 손을 쓰고 말을 쓰고 수를 쓰고 몸을 쓰고 힘을 쓰고 억지를 쓰고 색을 쓰고 글..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5.22
뜨거운 재 / 최문자 뜨거운 재 / 최문자 훨씬 독한 사랑이었더라면 재 속에 손을 넣고 더듬더듬 서로의 숯을 만지며 다시 한 번 살을 데이려 들지 않았겠지 불길이 타오를 때 이미 눈 부릅뜨고 보아야 했어. 서로를 허물며 타다가 혼자 먼저 탁 꺼질 수 있는 불씨를 훨씬 더 독한 사랑이었더라면 우리는 말 대신 연거푸 재..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5.20
믿음에 대하여 / 최문자 믿음에 대하여 / 최문자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금방 날아갈 휘발유 같은 말도 믿는다. 그녀는 낯을 가리지 않고 믿는다. 그녀는 못 믿을 남자도 믿는다. 한 남자가 잘라온 다발 꽃을 믿는다. 꽃다발로 묶인 헛소리를 믿는다. 밑동은 딴 데 두고 대궁으로 걸어오는 반토막짜리 사랑도 믿는다. 고장난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5.20
사랑 / 이원 사랑 / 이원 내 발 속에 당신의 두 발이 감추어져 있다 벼랑처럼 감추어져 있다 달처럼 감추어져 있다 울음처럼 감추어져 있다 어느날 당신이 찾아왔다 새장 속에서였다 열매 속에서였다 날개를 말리는 나비 속에서였다 바람의 몸 속에서였다 돌멩이 속에서였다 내 발 속에 당신의 두 발이 감추어져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4.12
시간에 관한 짧은 노트 1 / 이원 시간에 관한 짧은 노트 1 / 이원 첫째날 해가 지기도 전에 별이 하나 떴다 그 옆에 새가 발자국을 콱 찍었다 둘 다 반짝거렸다 그 사이로 시간의 두 다리가 묻힌다 더 이상 별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모국어 같은 순간이 있다 둘째날 흰 초생달이 서쪽에 떴다 그 달 아래 별도 하나 떴다 버려..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4.07
採蓮哭(채련곡) / 이은규 採蓮哭(채련곡) /이은규 시방 달빛이 서천꽃밭 할락궁이*를 품고 있는 것 맞지요 그 여운에 살짝 열린 명창이 소리 한 대목 올린다네요 겁도 없이, 님은 어데로 간 곳 없고 조각배만 놀아나네** 오메나이! 귀신스럽기도 하네이, 물의 살이 조각배를 저미는 형국일 터, 어찌 소리꾼의 피가 만화방창으로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3.21
무늬들은 빈집에서 / 이진명 무늬들은 빈집에서 / 이진명 언덕에서 한 빈집을 내려다보았다 빈집에는 무언가 엷디엷은 것이 사는 듯했다 무늬들이다 사람들이 제 것인 줄 모르고 버리고 간 심심한 날들의 벗은 마음 아무 쓸모없는 줄 알고 떼어놓고 간 심심한 날들의 수없이 그린 생각 무늬들은 제 스스로 엷디엷은 몸뚱이를 얻어..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3.21
비닐하우스 / 조말선 비닐하우스 / 조말선 구겨진 콘돔이 하얗게 부풀었다 독한 가난을 피임하는 막막한 터널 얇은 막이 터지도록 땀을 쏟았다 땀방울마다 해 하나씩 갇혀 시퍼런 욕망을 속성재배하였다 근심은 뜯어낼수록 수북이 자랐다 산고가 식는 저물녘 문이 열리고 허리굽은 아버지가 태어났다 조말선시집 <매우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