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머금은 神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 이진명 눈물 머금은 神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 이진명 김노인은 64세, 중풍으로 누워 수년째 산소호흡기로 연명한다. 아내 박씨는 62세, 방 하나 얻어 수년째 남편 병 수발한다. 문 밖에 배달 우유가 쌓인 걸 이상히 여긴 이웃이 방문을 열어본다. 아내 박씨는 밥숟가락 입에 문 채 죽어 있고, 김노인은 눈물을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6.01.03
이별의 능력 / 김행숙 이별의 능력 김행숙 나는 기체의 형상을 하는 것들. 나는 2분간 담배 연기. 3분간 수증기. 당신의 폐로 흘러가는 산소.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태울 거야. 당신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알고 있었니? 당신이 혐오하는 비계가 부드럽게 타고 있는데 내장이 연통이 되는데 피가 끓고 세상의 모든 새..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8
사소한 기록 / 김행숙 사소한 기록 김행숙 발이 푹, 하고 빠지는 것이었다. 이건 실수라고 할 수도 없어, 나는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애쓰는 사람인데, 이를테면 사거리라고 불리는 오거리. 실금같이 깨진 샛길에 대해서 세심했을 뿐 나는 거리를 멋대로 산책했지만 함부로 기억하지 않는다. 단지 몇 사람의 안면만을 익혔을..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6
함박눈 / 김경미 함박눈 김경미 난분분, 난분분한 난봉이다! 설탕봉지 같은 애인들을 그 달착지근한 연서들을 말끔히 말소중인, 중인거다! 흰 칫솔질 비누거품처럼 펑펑 낯을 씻고 새 세상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거다! 아아 그래봤자 도둑년의 손 같은 세월 아무것도 훔치지 못한 채 더러운 누명만 쓰는게 사랑인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5
흉터 / 김경미 흉터 김경미 하루 종일 사진 필름처럼 세상 어둡고 몸 몹시 아프다 마음 아픈 것보다는 과분하지만 겨드랑이 체온계가 초콜릿처럼 녹아내리고 온 몸 혀처럼 붉어져 가는 봄비 따라 눈빛 자꾸 멀어진다 지금은 아침인가 저녁인가 나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 빈 옷처럼 겨우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본다 개..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5
나는야 세컨드 1 / 김경미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 번째, 첫 번째가..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4
비밀 / 김상미 비밀 김상미 애인을 가슴에서 꺼내 벽에 걸어두니 참으로 조용하다. 벽에 걸린 벽의 침묵이 세속과 다른 냄새를 애인에게 발 산하여 애인은 지금 한창 침묵중이다. 침묵이란 본래 심장 가까이 두는 물건이라 맛만 들이면 세상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깊은 맛을 발산한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침..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3
오렌지 / 김상미 오렌지 김상미 시든, 시드는 오렌지를 먹는다 코끝을 찡 울리는 시든, 시드는 향기 그러나 두려워 마라 시든, 시드는 모든 것들이여 시들면서 내뿜는 마지막 사랑이여 켰던 불 끄고 가려는 안간힘이여 삶이란 언제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때에도 남아 있는 법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나는 내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3
나비 / 김혜순 나비 김혜순 내 왼쪽 귀와 네 오른쪽 귀로 만든 나비 한 마리 두 날개가 파닥이면 맞잡은 전신으로 파문 진다 환한 날개 가루들로 네 꿈을 채워줄게 네 꿈속에 내 꿈을 메아리처럼 울리게 할게 귓바퀴 속 두 소용돌이가 환하게 공명한다 어쩌면 귀먹은 사람이 잠결에 들은 것 같은 그런 편지를 내 왼쪽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2
유화부인 / 김혜순 유화부인 김혜순 나는 늘 한 여자를 구해주는 상상을 한다 그 여자의 손을 잡고 그 여자를 품에 안는 상상을 한다 나는 늙어도, 늙지도 않는 여자 언제나 같은 여자 꿈속으로 들어가면 늘 나를 기다리던 그 여자 서치라이트처럼 쏟아지는 햇빛에 쫓겨다니다 그 빛에 강간당해 날개가 다 타버린 여자 나..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