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 안상학 조각보 / 안상학 조각난 가슴을 흘리면서 걸어왔더니 누군가 따라오며 주워 들고 하나씩 꿰어 맞춰 주었습니다. 조각난 마음을 흘리면서 걸어왔더니 누군가 따라오며 주워 들고 하나하나 꿰매어 주었습니다. 동쪽으로 난 그리움의 상처와 서쪽으로 난 기다림의 상처와 남쪽으로 난 외로움의 상처와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11.24
인기척 / 이병률 인기척 / 이병률 한 오만 년쯤 걸어 왔다며 내 앞에 우뚝 선 사람이 있다면 어쩔테냐 그 사람 내 사람이 되어 한 만년쯤 살자고 조른다면 어쩔테냐 후다닥 짐 싸들고 큰 산 밑으로 가 아웅다웅 살테냐 소리소문 없이 만난 빈 손의 인연으로 실개천가에 뿌연 쌀뜨물 흘리며 남 몰라라 살테냐 그렇게 살다..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11.21
나의 서역 / 김경미 나의 서역 / 김경미 -비망록 서로 편지나 보내자 삶이여 실물은 전부 헛된 것 만나지 않는 동안만 우리는 비단 감촉처럼 사랑한다 사랑한다 죽도록 만날수록 동백꽃처럼 쉽게 져버리는 길들 실물은 없다 아무 곳에도 가끔 편지나 보내어라 선천적으로 수줍고 서늘한 가을인 듯 오직 그것만이 생의 한..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11.19
기형도를 읽는 밤 가을에 /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幽靈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音聲을 만들어 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11.15
바람에게 / 이병률 바람에게 / 이병률 별에게 감히 말을 건 것을 용서해 다오 색깔을 잘못 사용한 죄를 씻어가 다오 말을 타고 달리는 구름이여 이 가을 하늘의 지붕이여 나를 심판해 다오 바람의 감정을, 혁명의 마디를 끊어다오 아침녘 황금빛으로 울먹이는 서리들을 모두 지워다오 나에게 있는 것들을 용서해 다오 내..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11.12
천국은 없다 / 허연 천국은 없다 / 허연 사랑은 지긋지긋한 날들 중에 찾아온다. 사랑을 바꾸면 고뇌도 바뀔 줄 알지만, 찾아들어 가는 방이 달라졌을 뿐 고뇌는 그대로다. 그것이 인간이 하는 사랑이다. 바로 옆 사람이 죽어도 성경책이나 찾아야 하는 인간의 사랑이다. 그들이 세운 위태로운 탑이 사랑이다. 믿지 않겠지..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11.06
인간론 / 김경미 인간론 / 김경미 1. 옳지 않다 나는 왜 상처만 기억하는가 가을밤 국화 줄기같이 밤비 내리는데 자꾸 인간이 서운하여 누군가를 내치려보면 내가 네게 너무 가까이 서 있다 그대들이여, 부디 나를 멀리해다오, 밤마다 그대들에게 편지를 쓴다 2. 물 주기도 겁나지 않는가 아직 연둣빛도 채 돋지 않은 잎..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10.31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어안이 벙벙한 어처구니가 되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만큼 확실한 오류는 없다..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10.13
그대의 발명 / 박정대 그대의 발명 / 박정대 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노오랗게 가을이 밀려와 우리집 마당은 옆구리가 화안합니다 그 환함 속으로 밀려왔다 또 밀려나가는 이 가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한장의 음악입니다 누가 고독을 발명했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들이 다 음악입니다 나는 지금 느티나무 잎사..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10.08
마음의 내과 / 이병률 Love Heart - 정해찬作 마음의 내과 / 이병률 이 말이 그 말로 들릴 때 있지요 그 말도 이 말로 들리지요 그게 마음이지요 왜 아니겠어요 몸피는 하나인데 결이 여럿인 것처럼 이 사람을 귀신이라 믿어 세월을 이겨야 할 때도 있는 거지요 사람 참 마음대로지요 사람 맘 참 쉽지요 궤짝 속 없어지지 않는 비..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10.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