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풍경 3 설날 지난 다음 날, 바티칸 성당 앞에 서있는 모습이 사진 속에서 환하였지요. 설날은 지내시고 먼 길을 가셨는가 그 물음도 의미없게 풍경 속의 사람이 행복해 보여 좋았지요. 어딘가 가보고싶은 곳이 있다는 것도 행복이고 가보고싶은 곳을 찾아서 떠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고..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1.30
설날 풍경 2 남쪽 바다, 남도의 끝, 땅끝마을 해남에서 설날의 고향 바다 풍경을 보내주셨지요. 여기 내리던 눈발이 남쪽에서는 비님으로 내리셨는가 젖은 풍경들 사이로 비릿한 바다내음이 풍기는 듯 합니다. 갈 수 있는 곳이 남쪽이어서, 남쪽에서도 땅끝 마을 해남이어서, 차갑고 거친 세상..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1.30
설날 풍경 1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 위에서 팔팔 끓인 뜨거운 라면을 먹고 세월아 네월아 빙어잡이 중이시란 선생님께 세월을 낚고 계신 강태공 같습니다 하였다가 같은게 아니라 진짜지유 ~ 지청구를 듣습니다. 아무렴요. 맞지요. 낚시대를 드리우셨으니 낚시꾼이고 낚시대를 드리우고 난세..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1.30
탈피脫皮, 날자 날개여, 나비여. 언제였던가요. 단발머리 찰랑찰랑 속없이 웃음만 헤프던 소녀 시절, 누군가에게 선물받아 트리나 폴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때 그 이후, 그 책을 다시 펼쳐본 적도, 읽은 적도 없지만 커다란 나비가 그려진 노란색의 책표지와 페이지마다 지면..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1.26
사랑 1 물어야겠네 물어봐야겠네 지하와 지상의 경계 뻥 뚫린 허공을 메운 마음은 무엇인지 거기 뿌리내린 오기는 무엇이었는지. 2 처음엔 티끌같은 먼지였을 것이네 그것들 얼키고 설켜 허공에 집을 지었을 것이네 거기 하나 둘 풀씨가 날아들었을 것이네 뿌리가 뿌리를 잡아가며 저 ..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6.08.23
때찌! 나쁜 손! 비가 많이 내려요. 마치 장마철의 비처럼, 내린다는 말이 무안하게 비가. . . 쏟아져요. 이미 벌써 가지를 비운 나무들 묵묵하고, 아직 내려놓을 것이 남은 나무들도 꾸중듣는 아이처럼 고개만 주억주억, 저리 빗방울이 굵으면 비 맞는 일도 매처럼 아프겠어요. 이 비 그치면. . . 가을이 성..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5.11.16
꽃 같은 사람 내게 왔던 사람들, 모두 꽃이네 내가 아는 여인들, 모두 꽃이네 전화기 속 연락처의 이름을 찾다가 많은 이름들이 꽃 속에 있음을 알았네 미처 이름 묻지 못한 얼굴들의 전번에 나는 꽃으로 그 이름들 남겨두었네 어떤 이는 향기로 꽃이 되었고 어떤 이는 빛깔로 꽃이 되었고 어떤 이는 목..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5.10.17
쌀쌀하다 쌀쌀하다는 말이 쓸쓸하다로 들린다 그제는 늦더위 어제는 비바람 오늘은 서늘해져서 늦더위에 하품하던 상가의 문들은 함구緘口, 길가의 가로수는 바람이 지날 때마다 재채기하듯 마른 잎을 떨구고 있다 제한속도를 넘긴 가을이 방지턱을 넘으며 덜컹거려도 이젠 빗물이 스며들지않는..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5.10.04
구족반(狗足盤) 참 슬픈 다리를 가졌다 박차고 나갈 기세 완벽한 네 다리를 가졌지만 제 힘으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삶이라는 것이 오로지 무엇인가 받들거나 받치거나, 제 깜냥의 무게를 견디거나 허공을 받드는 일도 다반사 개같이 생겨먹어도 딛을 곳은 고귀하려니 안으로 곱게 말아넣은 발 ..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5.09.25
복면 티비 속, 복면을 쓰고 노래 부르는 저 여자 누구인지 알 것 같다 하와이 열대과일 복면 속 시원시원한 그녀의 이목구비가 목소리에 보인다 시청자는 다 알아도 드라마 속 사람들만 모르는 출생의 비밀처럼 숨어도 보인다 가려도 보인다 가렸으니 모를 거라고, 꽉 끼는 바지의 오만도 그녀..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