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발칙이다 반란이다 속내를 숨김없이 다 내보이고야 말겠다는 깜찍하고도 되바라진 발랄이다 볼 테면 봐라 연두에서 초록으로 달려가는 저 속도 다 봐라 다 봐라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어대는 저 잔망함 껍질 뒤에 숨지 않겠다고 수런수런 저 잎, 저 입들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5.18
꽃시계 풍경 저녁 산책길, 저수지 초입에 서있는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유쾌합니다. 손목을 잡힌 중년의 여자와 여자의 손목을 잡고 선 중년의 남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서있는 청년, 언뜻 보아도 가족의 모습입니다. 그 곁을 지나면서 보니 남자가 여자의 손목에 꽃시계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연신 ..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5.17
행복. . . 시간의 산책 "I am determined to be cheerful and happy in whatever situation I may find myself . For I have learned that the greater part of our misery or unhappiness is determined not by our circumstance but by our disposition." "난 어떤 상황에도 쾌활하고 행복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우리 불행의 많은 부분이 상황이 아니라, 우리 태도에 의..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5.16
유쾌한 배신 배신, 우리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교사들은, 배신이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것이라고 누차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배신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배신한다는 것은 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배신이란 줄 바깥으로 나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사비나에게 ..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5.13
민들레 민들레 큰딸아이 생일날 멀리 있어 미역국도 끓여주지 못했다 많이 낳았다 싶던 아이 셋 큰 아이 파주, 둘째 서울, 막내 충주 제 갈 길로 뿔뿔이 흩어져 나가고 빈 대궁 부모만 남아 까치발 키를 높이고 있다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4.21
풀 풀 어떤 생애는 구멍이 세계다 오래된 가게 앞의 시멘트 바닥, 셔터 고리가 빠져나간 자리에 풀이 자라 일필휘지 중이다 바닥의 구멍을 찾아들었던 생애가 바닥의 구멍에 뿌리를 내리고 척박한 바닥의 구멍에서 일어서기까지 온몸을 다해 입지전을 완성하고 있다 바닥의 절망과 구멍의 ..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4.15
4月 4月 모질었던 시간을 견디는 동안 모질게 꽃이 피었다 모질었던 시간과 결별하는 동안 어느 꽃은 피고 또 어느 꽃은 졌다 견디고 있다고, 살아 있다고 외치고 싶을 때 꽃들은 피었다 보여준 생애만으로도 기꺼워 더는 할 말이 없을 때 꽃들은 진다 삼월은 고요하였고 소란스러웠으며 지극..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4.14
벚꽃 벚꽃 죽어도 좋을 듯이 연애하던 여자는 뜨겁다가 식는 일이 봄날 일교차 같았다 아침에 핀 꽃이 저녁에 지기도 했다 쉽게 핀 꽃은 쉬이 졌고 빨리 잊었다 죽어도 안잊겠어요는 있어도 죽어도 못잊겠어요는 없는 거라고 그녀의 기억은 아무리 상처가 깊어도 쉽게 아물고 쉽게 새살이 돋..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4.14
울컥 울컥 십 년 전의 나를 기억 못한다 칠 년 전의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삼 년 전의 나는 이 년 전의 나와 헷갈린다 일 년 전의 나는 지난 계절의 나와 헷갈린다 어떤 표정은 습관이 기억하고 어떤 습관은 나이가 기억하고 어떤 나이는 상처가 기억하고 어떤 상처는 몸이 기억한다 더러 사람..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4.06
장미교를 지나며 장미교를 지나며 그 저녁, 장미교 옆을 지날 때 장미교의 신호등에 갇혔을 때 장미교의 커다란 표지판 위로 번지던 그때의 하늘은 막 피고 지는 장밋빛 장미가 없는 장미교를 따라 놓인 전선 위엔 누군가 흩뿌린 붓의 먹물 자국 같은 점점 까치떼 길고 길었던 하루의 단 몇 초가 처음 멈춰.. 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2017.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