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행복. . . 시간의 산책

다연바람숲 2017. 5. 16. 18:12

 

 

 

 

"I am determined to be cheerful and happy in whatever situation I may find myself . For I have learned that the greater part of our misery or unhappiness is determined not by our circumstance but by our disposition."

 

"난 어떤 상황에도 쾌활하고 행복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우리 불행의 많은 부분이 상황이 아니라, 우리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걸 살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 Martha Washington

 

 

어제가 성년의 날이었던 걸 깜빡했습니다.

김영란법으로 스승의 날 선물이 뉴스화되는 걸 보면서도 몰랐습니다.

스승의 날을 엄마가 대신 챙겨 줘야할 나이의 아이가 이제 없다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스승의 날이 5월 15일이고 그 5월 15일에 성년이 되는 막내가 있다는 걸 까마득히 잊었습니다.

오늘 아침, 바뀐 막내의 sns 사진을 보고서야 성년의 날을 맞은 딸아이에게 축하 인사조차 못했음을 알았습니다.

이 정신머리 없는 엄마를 대신해 다행스럽게도 언니와 오빠가 성년의 날을 맞은 막내를 위해 선물을 보내주었나 봅니다.

태어났을 때 꼬무락거리던 것이 벌써 커서 대학을 간다고 신기해하던 언니 오빠가 그 꼬무락의 성년을 축하해주었나 봅니다.

 

마음이 짜안합니다.

행복한 통증이 가슴을 찌르르 저리게 합니다.

이 엄마에겐 모두 꼬무락이들이었는데 그 꼬무락이들이 커서 언니가 되고 오빠가 되고 언니 노릇을 하고 오빠 노릇을 하고

엄마아빠를 대신할만큼 막내를 챙겨주고 삼남매 서로서로 아끼고 살펴주는 그 마음들이 한없이 대견하고 또 고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언제나 말하지만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 가장 축복받은 일은 딸 아들 딸 세아이들의 엄마가 된 일입니다.

엄마 아빠가 만나서 너희 같은 보물 셋을 얻었으니 내 의지로 결정한 최고의 선택은 결혼이었고 너희들은 내 삶 최고의 선물이라는 말,

늘 일하는 아빠와 엄마여서 남들처럼 알뜰살뜰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탈없이 모난 곳 없이 모두 정직하고 바르고 따뜻하게 자라주어 고맙다는 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은 해도해도 모자람이 있습니다.

 

딱히 불행한 적 없으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살면서 막막하고 불행하다 싶었던 순간들도 지금 돌아보면 그 때도 행복이었습니다.

불행은 언제나 어제까지만 있는 것이고 오늘과 내일은 행복의 기대로만 살았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마음들을 내 아이들이 지니고 자라주어 또 행복입니다.

 

매일 저녁 퇴근 후 샵 근처의 저수지를 산책합니다.

입은 옷 그대로 그냥 느리게 천천히 걷는 것이니 운동이랄 수는 없고 그냥 산책입니다.

처음엔 혼자는 쑥스러울 것 같아 꼭 지아비와 함께 걷던 것이 이젠 혼자서도 잘 가고 잘 걷습니다.

걸으면서 듣는 음악 속에는 세 아이들과의 십 여년의 추억과 기억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이건 큰 딸아이 여고 때 같이 좋아했던 노래, 요건 아들 녀석 군대가기 전 좋아했던 노래,

이건 막내딸 좋아하는 아이돌의 곡, 요부분은 막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부르는 부분. . .

함께 좋아하고 함께 열광하고 함께 따라불렀던 시간의 기억들이 노래 곡곡 마다 스며 있습니다. 

벚꽃 피던 봄날, 밤벚꽃 아래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아니라 10cm의 봄이 좋냐를 함께 부를 때,

밤벚꽃의 화려함과 아름다움과 꽃빛과 사람들. . .  그 속에서 막내와 소통하는 노래가 있어 좋았습니다.

 

걷는 일은 생각을 참 고요하게 합니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와 오늘의 안녕을 감사하게 합니다.

시끄러웠던 하루와 세상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잊게 합니다.

많은 것을 이해하게 하고 용서하게 하고 잘 살았다 나를 다독이게 합니다.

행복이란 거. . .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인데 그 소중함을 알게 합니다.

 

늦었지만 막내에게 이 엄마가 좋아하는 향기로, 마음 담은 카드와 향수를 선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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