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유쾌한 배신

다연바람숲 2017. 5. 13. 14:36

 

 

 

 

 

배신, 우리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교사들은, 배신이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것이라고 누차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배신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배신한다는 것은 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배신이란 줄 바깥으로 나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사비나에게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배신

背 등배 信 믿을신

믿음의 등짝이라는 말이다.

믿는 자에게 등을 돌린다는 말이다.

등을 보이고 완벽하게 돌아선다는 말이다.

 

이미 배신을 예감하는 사람에게 배신은 이미 배신이 아니다.

배신은 사전적 의미로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므로 대상의 전적인 믿음을 전제로 한다.

절대로 등을 보이지 않을 거라는 믿음, 절대 그 믿음을 저버리지않을 거라는 믿음,

그 믿음으로 인하여 나태하고 허술하고 방자해졌을 때 서슴없이 그 등에 비수를 꽂는 일이다.

 

사비나는 아버지를 배신하기 위해 집을 떠났고 결혼을 했고, 자기 자신의 배신을 배신하기 위해 이혼을 했다.

어떤 여자는 배신하기 위해 남자에게 헌신하고 믿음을 주다가 상대의 믿음이 확고해지자 가차없이 남자를 버렸다.

도덕적으로 인간이 인간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것일수도 있으나

그것이 남녀의 배신이고 그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인간에게 돌려주는 배신이라면 정당하고 유쾌한 것이 될 지도 모른다.

 

밀란 쿤데라는 말한다.

"배신한다는 것은 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배신이란 줄 바깥으로 나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라고.

 

자기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가혹하고 완고한 것들로 부터 등을 돌렸을 때,

또 다른 미지의 세계가 열린다는 말일 것이다. 비로소 등 뒤의 세상, 줄 바깥의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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