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문 밖에서 오래 까치가 울었어요.
샵 앞에서 한무리 울고나면 샵 뒷쪽에서 울음을 받듯 또 울음들이 이어지고
어디 누가 오시나 밖을 내다보고싶을 만큼 그 울음소리 오래 소란했어요.
얼마 전 굴뚝에 백화등을 심어다주신 콩사랑 어머니께서
오늘은 잎이 진 장수매 앞의 이끼가 허물어져 없다고 이끼를 한봉지 가져다 주셨어요.
이끼도 이렇게 이쁘구나 이끼꽃같은 하늘하늘한 씨방까지 참 어여쁜 이끼를 주셨어요.
그 이끼로 흉한 모습이 드러난 장수매의 앞을 잘 다독여 덮어주고 남은 이끼들은 돌절구에 예쁘게 심어봤어요.
응용-how에 돌절구 이끼사진을 올리면서 언젠가 꼭 심어보겠다고 장만한 약절구가 오늘에서야 제 몫의 그림을 가졌어요.
심어놓고 바라보면서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하던지~ 오늘 오래 까치가 울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어요.
샵에서 겨울을 난 백매화 장수매는 겨우내 두 번이나 꽃을 피우고 이제는 초록이 깊은데
새주인을 만나 떠나갔던 홍매화 장수매는 얼마 전 잎이 지고 병든 모습으로 샵에 다시 왔어요.
워낙 다방면으로 개인사가 바쁜 홍매의 주인이신지라 다연에서 병색을 거둘 때까지 돌봐주기로 했어요.
약도 주고 물도 주고 바람도 쐬어주고 햇빛도 쐬어주고 눈길 주고 오고가며 마음 주는 걸 알았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통 기색을 보이지않던 장수매 가지에 아주 작은 새순이 돋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한지 언뜻 보면 잘보이지도 않는 그 모습을 기쁘게 카메라에 담았어요.
봄날이어요.
고양이 등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오늘은 바람도 참 부드러웠어요.
이 환한 봄날을 맞으려고 어쩌면 나도 오래 앓았는지 모르겠어요.
생살을 찢고 꽃을 피워내는 봄날의 나무들처럼 내게도 툭툭 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요.
이제 곧 나도 꽃을 피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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