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바람이 분다, 사는 척이라도 해야겠다

다연바람숲 2011. 3. 26. 22:09

     

 

     저녁이었는데, 바라보던 풍경에서 문득 시선을 거둬 오래도록 그대  눈동자를  바라보는 건  지금  그곳에서 이 세계의 본질적인 풍경이 돋아나고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별빛을 향해 담배를 피워 무는 건 그대에게 고백할게 있다는 뜻이지

   아, 나도 미친 듯이 고요하게 살고 싶어라!

 

   저녁이었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의 문턱에 잠시 상념을 걸어놓고 이렇게 담배 연기로 그대 이름의 시를 써본다

 

   로맹 가리, 이런 게 시가 되지 않으리란 걸 나는 알아

 

   시가 아니라면 넋두리겠지 

   이 세계의 내면을 향한 웅얼거림 같은 거 

   쉽게 어두워지지 않는 삶에 대한, 아주 고요한, 한 잔의 적막 같은 거

 

   그러니까 지금은 그대 고독이 키운 영혼의 늑대를 우우우 달빛의 울음소리를 내며 지상의 어깨 위로 귀환하고 있는 깊은 밤이야

 

   두 개의 중국인형이 깊은 어둠을 내려다볼 때면 이곳에도 밝은 달이 뜨고 지구의 푸른 언덕 위를 넘어가는 두 개의 그림자를 볼 수 있으리

 

   바람이 분다, 우리는, 아무튼, 살아낸 것이다

 

                                                                                                    -  박정대 詩 <로맹 가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