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흐린 날의 산책

다연바람숲 2016. 10. 2. 12:06

 

 

 

 

 

 

 

 

 

 

 

 

 

 

 

 

 

 

 

' 대기 속에는 바람에 울리는 자명금 같은 미묘한 음악이 가득하다. 허공의 저 높은 곳을 덮고 있는 아득한 궁륭 밑에서는 선율이 아름다운 피리 소리가 울린다. 하늘 높은 곳으로부터 우리들의 귓가로 와서 스러지는 음악이다. 마치 대자연에도 어떤 성격이 있고 지능이 있다는 듯 소리 하나하나가 깊은 명상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 같다. 내 가슴은 나무들 속에서 수런거리는 바람 소리에 전율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지리멸렬한 삶에 지쳐 있던 내가 돌연 그 소리들을 통해서 내 힘과 정진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다비드 르 브루통 <걷기 예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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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보인다.

가을은 빛깔로 온다는 것,

 

걷다보면 들린다.

바람에 울리는 자명금같은 미묘한 음악,

허공의 아득한 궁륭 밑에서 퍼지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

 

모든 것이 침묵하지만 그 속에 수 천 수 만의 수런거림,

멀리보면 하나의 풍경도 그 안에 무궁무진의 색깔을 지녔다.

 

삶을 말한다.

수고로움을 말한다.

넘어져 피 흘렸던 역사도 말한다..

더러 도시를 벗어나 자연의 고요 속으로의 은신이란,

치열한 삶으로 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추스르는 일이라는 걸,

굽이굽이 생을 이끌고 온 무게를 내려놓고 걷다보면 알게 된다.

 

여기까지도 잘 살아왔다고,

힘든 고비고비 잘 견디며 왔다고,

그 누구보다 꿈을 이룬 성공한 삶이라고,

잘 했다고 씩씩하다고 기특하다고

지금 주어진 힘든 시련은 또 지나간다고,

 

이제 좀 쉬어가라고, 스스로를 더 아껴가며 살으라고,

걷다보면, 걸으면서 말을 하다보면 풍경들이 답을 해준다.

 

아름답다. 바람.

아름답다. 하늘.

아름답다. 들판

아름답다. 세상의 모든 소리, 세상의 모든 빛깔들.

 

살면서 세상이 이토록 아름답게 보인 날들이 있었던가.

자연 앞에 고요해져서 마음이 풍경을 닮아가는 날의 산책.

 

여기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