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계절이 오고 가는 사이

다연바람숲 2016. 10. 25. 17:39

 

 

 

 

 

 

 

 

 

 

 

간헐적 그리움 / 이은규

 

가을의 다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하루 한 끼니와 같이

하루 한 번 당신을 그리워하기로 한다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떨어질까

지난 기억과 이번 가을 사이

 

...

마땅할 당, 몸 신

마땅히 내 몸과 같은 당신이라 부르지 않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당신이 당신이라면

사이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겹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

 

도착 대신 연착되는 안부일 때

이번 가을과 다음 기억 사이

그럼에도 아직 이미

하루 한 끼니에 익숙해진다면

나뭇잎에 숨겨놓은 다짐을 들추지 않기로 한다

 

몸 속 세포가 바뀌듯이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돋아날까

계절이 오고 가는 사이

열두 겹 기억의 도착을 예감해 보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한 줄기 햇빛시침이 우리를 향하는 시간

 

다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가을의

 

 

#

 

지난 기억과 이번 가을 사이

나뭇잎 떨어질까 떨어진다.

 

열두 겹 기억 중 열 겹의 기억,

 

몸 속 세포가 바뀌듯이

떨어진다 떨어져서

 

가을은 두께로 쌓이고 그 빛은 붉고

 

그 붉은 빛을 밟고 걷다보면

아직 오지않은 계절이 희망이다.

 

그리하여 이 계절엔 어떤 안부도 도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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