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우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다연바람숲 2016. 9. 20. 19:52

 

 

 

 

 

 

 

 

 

 

나는 오십대가 된 어느 봄날, 내 마음을 바라보다 문득 세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세가지를 깨닫는 순간, 나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지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내가 상상하는것 만큼 세상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 입니다. 보통 사람은 제각기 자기 생각만 하기에도 바쁩니다. 남 걱정이나 비판도 사실 알고 보면 잠시 하는것 입니다. 그렇다면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걱정하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요?

 

둘째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 입니다. 내가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가슴 아파하며 살고 있나요? 모두가 나를 좋아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지나친 욕심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 한다면 자연의 이치인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면 됩니다.

 

셋째는, 남을 위한다면서 하는 거의 모든 행위들은 사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었다는 깨달음 입니다. 내 가족이 잘되기를 바라는 기도도 아주 솔직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가족이 있어서 따뜻한 나를 위한 것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우는 것도 결국 외롭게 된 내 처지가 슬퍼서 우는것입니다. 이처럼 부처가 아닌이상 자기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것,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십시오. 생각만 너무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수 있기 때문 입니다.

 

우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 혜민스님 말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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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궁남지를 다녀왔습니다.

한 여름을 수놓았을 그 아름다운 연꽃들 모두 지고 청청했을 초록잎들도 이젠 쇠락의 계절을 지나지만 이 가을의 궁남지도 참 좋았습니다.

 

꽃 피었던 화려한 시절의 영화는 지나갔지만, 초록빛은 시들어 이제 바스락 바람소리를 흘릴만큼 가벼워지는 생들이지만, 이제 안으로 생의 물기를 머금고 내밀하게 다음 생을 준비하는 때임을, 그것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임을 알기때문이지요.

 

너무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다는 걸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가 하고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의 눈에 비치는 나를 의식하느라 포기하고 버린 것이 많다는 걸 알기까지도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살았습니다.

 

더러 일상을 잠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본다는 것이 사람을 한층 성숙하게 해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딱히 풍경을 찾아가는 일이 아니라 어딘가를 향해 떠나가고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 그대로가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될 때가 있습니다. 삶과 사랑이 그러하듯이 여행이란 것도 어디로 향하는가보다 누구와 함께하는가의 의미가 더 큰 까닭일겁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삶에서 한 발 떨어져 사람 속의 나를 돌아보고 나를 발견하고 나를 성찰하게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한 궁남지는 그런 시간을 내게 허락해주었습니다.

 

가던 길의 김필도 좋았고 오던 길의 더원도 좋았습니다. 목놓아 함께 따라불렀던 노래들도 가슴 떨리게 좋았습니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았다 생각했었으나 결국은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이치들이 남긴 생채기일 뿐이고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이 나 자신 뿐이란 것도 알았습니다. 타인, 타인의 시선, 타인의 잣대에 나를 맞추느라 잃어버린 나도 결국은 내가 찾아내고 회복해야하는 나임을 깨닫는 일이 울컥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않아 다행입니다.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암요. 그래야지요.

 

생각해보니 행복이란 것도 참 별거 아닙니다.

이게 아닐거야 이건 아니지 행복은 파랑새처럼 어떤 특별한 모습을 하고 있을거라고 내 곁이 아닌 먼 곳만 바라보던 그 순간에도 내 옆에 있던 것들, 그곳에 있던 행복들을 이젠 알 것도 같습니다.

 

불행이거나 슬픔이거나,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분노도 결국은 내가 내 마음에 짓는 지옥이란 걸 알고보니...

 

이 깨달음이, 이 평안이 그대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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