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지금 여기,

다연바람숲 2016. 9. 1. 21:46

 

 

 

 

 

 

 

 

 

 

 

 

 

 

 

 

 

 

 

 

연말이라 친구에게 그 사람 소식을 물었더니, 언젠가 통화 중에 지금 죽어도 괜찮다, 는 말을 했다고 한다.당장 지구가 멸망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잘 사는구나 싶었는데 친구의 다음 설명은 달랐다. 지금 죽고 싶을 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라고 했다. 돈이 다는 아니겠지, 라며 씁쓸하게 자신의 생각을 얹었다. 그런 심정으로 살고 있었다니, 멍해졌다. 자신감에서 오는 쾌활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쾌활함으로 불행을 분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돈이 행복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결코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었다.어리석게 나는 그때 십만 원짜리 모에 샹동을 마시면 좀 더 행복해질 거라고 부러워했었다. 내가 언젠가 천만 원짜리 백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생긴다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행복은 결코 ‘그때’에 있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에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 지금 나와 같이 있는 이 사람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것들에만 있는 것이다.

조진국 산문집 <외로움의 온도> - 「천만 원어치의 행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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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미래가 될 수는 없다.

아직 오지않은 미래가 지금의 현실이 될 수는 없다.

 

간절하게 갖고싶었으나 끝내 내것이 되지 못했던 것들.

비껴가기를, 지나쳐가기를, 그토록 빌었으나 나를 휩쓸고 지났던 것들.

 

이 순간만 지나면 행복할 거라 믿었던 시간들,

그때 나를 불행하게 했던 것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주었으면... 달아날 것만 같아 오히려 불안했던 행복,

불행하지않으므로 행복이라 믿었던 순간들.

 

언젠가 나를 행복하게 했던 그 무엇, 그 누구,

그 무엇도 지금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기준이 되지못한다.

 

행복은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 지금 나와 같이 있는 이 사람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것들에만 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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