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가 본 적은 없었지만 수덕사란 이름이 늘 익숙했던 건 어느 노래 가사에서 익히 들어왔었기때문 일거여요.
수덕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앞소절도 없고 뒷소절도 없이 수덕사가 나오는 그 부분만 고장난 레코드처럼 무한반복한 걸 보면요.
천 년의 사찰이라는 수덕사는. . . 내 상상의 그림 속에선 작은 암자였어요.
하지만 널리 알려지고 역사가 깊은 사찰일수록 그 규모가 커진다는 걸 간과했던 것이지요.
국보 제 49호인 대웅전은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보수를 거쳐 온 흔적이 보이지만 건재한 풍모만으로도 경건함을 느끼게 해요.
수덕사로 오기 전 한국고건축 박물관에서 수덕사 대웅전의 축소 모형을 살피고 온 터라 그 기둥이며 벽이며 지붕이며 눈에 보이지않는 부분들까지 떠올리며 바라보는 일이 그래서 더 의미있고 특별하기도 했어요.
상상과는 달리 고치고 복원을 하면서까지 지켜야할 역사를 지닌 사찰이지만, 세월엔 장사가 없는 법이니 새롭게 단장이 되는 건축물들도 이해하고 필요만큼 늘어나는 건축물들도 이해하고 대웅전 앞 탑 위의 금빛도 이해하고 수덕사 경내를 돌아볼 수 있음만으로도 행복하고 감격스러웠지만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곳곳에 놓인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석물들은 조금 거슬리고 아쉽기도 했어요.
사찰 입구에는 고암 이응로 화백의 고택이 수덕 여관의 간판을 걸고 문을 열고 있어요.
또 그 아래에는 수덕 미술관이 있는데 미술관엔 들어가 보지 못했어요.
어느 날의 특별한 선물같은 시간. . .
보고 느끼고 가슴에 담아온 것은 많은데 정작 꺼내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은 떠오르지 않아요.
모든 풍경을 바라보던 순간의 마음으로 기록할 수 있다면 아마 나는 소녀의 일기를 쓸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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