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전후의 바다는 늘 가까운 친구였지요.
가고자하면 갈 수 있었고 보고자하면 보았지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 바다가 있다는 것이
그리하여 그때는 행복인 줄 모르고 지냈던 것이지요.
여고시절 여름방학 자습을 하다가 친구들과 실내화를 신은 채로
학교 앞 기차역에서 동해선에 올라 찾아갔던 송정의 바다. . .
비 내리던 날의 그 바다를 친구들과 여전히 아름답게 기억하는 건,
그 시절의 추억과 낭만과 젊음이 그 시간 속에 깃들어있기 때문인 거지요.
지금의 바다는 그리움이지요.
가고싶다고 갈 수도 없고 보고싶다해도 쉽게 볼 수도 없으니까요.
아무리 바다가 없는 내륙에 살아도 서해쪽으로 달리면 두 시간 남짓 안에 도착할 수 있는 바다들이 있지만
삶이란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고 만만한 것은 아니어서 이 바다에 닿기까지 꼬박 2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생애 처음 발을 딛어 본 홍성이란 곳에 일 때문에 갔다가 핑계삼아 바다를 만나는 호사를 누리고 왔어요.
내게 늘 그리움인 바다
내게 늘 멀리 있는 바다
내가 늘 가고싶은 바다
내가 늘 품고싶은 바다
내가 서서 바라보는 곳의 이름은 늘 다르지만
내가 서서 바라보는 곳의 풍경은 늘 닮아있는 바다
그 바다에서 바람없는 날의 고요한 풍경 그대로 나도 고요해져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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