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춘 / 박 라 연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영역까지가
정신 이라면
입을 봉하고 싶어도
몽둥이로 두들겨 패주고 싶어도
불가한 것
정신 속에도 사람의 형상이 있다면
눈곱도 떼어내고
칫솔질도 시켜줘야 할 텐데
땀 흘리는 일밖에 떠오르는 게 없어
겨울 내내 미륵산을 오르다가
무슨 선물처럼 전투기를 두 대나 만났다
온 몸이 정신인 허공을 가르는 전투기
소리 미륵산이 쫙쫙 갈라질 때
내 오래된 욕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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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것이 있어도 버릴 줄 모르고
비울 것이 있어도 비울 줄도 모르고
그저 마냥, 마냥 말입니다.
끌어안고 온 것이 오늘보니 한 둘이 아닙니다.
명색이 입춘이라는 데 난롯불 끼고앉아 부석거리다가
길 지나다 누군가 순간이라 소리치는 걸 듣고
나도 순간 부랴부랴 순간이란 말에 입춘을 입혀봅니다.
길 지나던 누군가는 어떤 순간을 말하고 있었을까요?
나와는 상관없는 순간에다 부랴부랴 봄을 끌어입힌 나는 봄을 봄인줄로나 그때는 알고있었으려나요?
봄만큼이나 기다림을 행복하게하는 계절도 없지요.
어디선가는 수선화 싹이 올라왔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또 어디선가는 춘설이 날린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비울 것이 무엇인지 버릴 것이 무엇인지
왠지 봄이 알려줄 것 같다는 기대가 커지는 시간입니다.
이제 봄인거지요?
그 봄 크게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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