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입춘, 다연에서 봄의 소리를 듣다

다연바람숲 2015. 2. 4. 16:27

 

 

 

 

 

 

 

 

 

 

입 춘 / 박 라 연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영역까지가

정신 이라면

 

입을 봉하고 싶어도

몽둥이로 두들겨 패주고 싶어도

불가한 것

정신 속에도 사람의 형상이 있다면

눈곱도 떼어내고

칫솔질도 시켜줘야 할 텐데

땀 흘리는 일밖에 떠오르는 게 없어

겨울 내내 미륵산을 오르다가

무슨 선물처럼 전투기를 두 대나 만났다

온 몸이 정신인 허공을 가르는 전투기

소리 미륵산이 쫙쫙 갈라질 때

내 오래된 욕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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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것이 있어도 버릴 줄 모르고

비울 것이 있어도 비울 줄도 모르고

그저 마냥, 마냥 말입니다.

끌어안고 온 것이 오늘보니 한 둘이 아닙니다.

 

명색이 입춘이라는 데 난롯불 끼고앉아 부석거리다가

길 지나다 누군가 순간이라 소리치는 걸 듣고

나도 순간 부랴부랴 순간이란 말에 입춘을 입혀봅니다.

 

길 지나던 누군가는 어떤 순간을 말하고 있었을까요?

나와는 상관없는 순간에다 부랴부랴 봄을 끌어입힌 나는 봄을 봄인줄로나 그때는 알고있었으려나요?

 

봄만큼이나 기다림을 행복하게하는 계절도 없지요.

 

어디선가는 수선화 싹이 올라왔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또 어디선가는 춘설이 날린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비울 것이 무엇인지 버릴 것이 무엇인지

왠지 봄이 알려줄 것 같다는 기대가 커지는 시간입니다.

 

이제 봄인거지요?

그 봄 크게 받아들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