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다연바람숲 2005. 11. 28. 15:35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것이 요구사항이다

 

 지금 나에게 있어서의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여라

 최근에 나는 온갖 사소한 결정을 놓고 초조함을 느꼈었다

 

 나는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나는 무엇을 먹어서는 안되는가?

 문은 잠갔는가?

 내가 걱정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당장은 그런 불안이 나의 현실이다

 진실과 싸우지말고 그것을 직시하라

 내가 원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휴 프레이더 <나에게 쓰는 편지> 중에서

 

 

 

 바람이 불었다

 한무더기 낙엽이

 아스팔트 마른 등을 긁으며 지나갔다

 벚나무 잎들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멀리 도로의 신호등이 깃발처럼 흔들렸다

 

 비가 내렸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이

 연신 귓가에 스크래치를 내며 지나갔다

 

 긁는 소리들이

 긁힌 자국들을 지워내는 어디쯤

 화석을 꿈꾸는 나뭇잎 몇 장,

 비명을 삼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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